지하철 4호선 안산역 맞은편 안산시 원곡동길로 들어서면 한국어 간판을 찾기 힘들다. 길이 500m 거리는 영어·중국어·아랍어 간판 일색이다. 길을 가다 만난 10명 중 9명은 외국인이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말을 걸어보면 ‘중국 사람’ 이라고 답한다. 이곳에 사는 외국인 수는 약 2만여명. 대부분이 인근 반월·시화 공단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농업도시였던 안산시가 공업도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수도권 공업분담 계획에 따라 안산시에는 반월·시화 공단 등 3개의 국영공단과 53개의 지방공단이 들어섰다. 업체수는 1만1000여개에 달하지만 70% 이상이 대기업 하도급의 영세 업체들이었다. 90년 초 영세 업체들이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급증했다.

97년 말 외환위기 직전 안산 일대 외국인 근로자는 4만여명이었지만 외환위기로 공단 내 절반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2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산을 떠났다. 당시 공장기숙사를 나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들면서 원곡동 일대는 외국인 집성촌이 됐다. 박강호(朴康鎬·48) 원곡본동장은 외국인들이 몰려든 이유에 대해 “공단에서 가장 가깝기도 하지만 원래 살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마을이 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2년 6월 말 현재 안산시 거주자는 총 62만701명, 이 중 외국인 근로자 수는 약 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주민 100명당 5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공장 가동률이 오르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임금은 월 약 80만원. 지난 2년간 원곡동 일대는 이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식료품가게·통신회사대리점·노래방의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원곡동 일대에 정착한 데는 안산외국인근로자센터의 역할이 컸다. 1994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가 설립한 센터는 지난 8년간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법률·의학 상담뿐 아니라 지역민과 외국인들이 함께 하는 문화행사도 열어왔다. 2층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센터에는 하루 평균 100여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찾아와 정보를 교환하고 각종 상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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