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하나증권빌딩 6층에 입주해있는 노사정위원회가 다음달 초 주한 온두라스대사관이 세 들어 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종로타워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어서 현행 집시법의 외국대사관 인근 지역 시위 금지 규정을 노려 이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정위는 “현재의 건물에 1998년 설립 당시부터 입주해 있었으나 하나증권 측과의 임차계약이 이미 올 3월로 만료돼 새 건물을 물색하던 끝에 종로타워 20층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건물주인 하나증권 측은 많은 근로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쉴새없이 노사정위로 몰려와 시위와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고객들이 출입하기를 꺼려한다며 올 3월 “방을 빼라”고 건물명도 소송을 서울지법에 내기도 했다.

노사정위가 종로타워로 이전하면 현재 이 건물 2층에는 주한 온두라스대사관이 입주해 있어 근로자들이 종전처럼 시위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외국대사관 100m 이내에서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노동 현안을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사정위가 근로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으로 피신하듯이 이전하는 것은 노사정위 설립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사정위 관계자는 “당초 여의도에 새 입주처를 알아봤지만 건물주들이 노사정위원회라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바람에 종로타워로 가게 됐다”며 “시위와 농성 등을 피해 옮겨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사정위가 이전하는 데 이어 서울 여의도에 있던 한국노총도 기존 건물을 재건축하는 동안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건물로 임시 이전할 예정이어서 여의도에 집중돼 있던 노동관련 기관들이 다소 분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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