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하 한국노총 교육국장
현재 정부는 정부산하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제 강화를
통한 효율적 관리와 경영합리화를 도모한다는 미명 하에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정부가 집권말기에 무수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이 같은 법령을 추진하려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IMF경제위기로 인해 그동안 정부가 거느렸던
거대 공기업이 관치 경영과 정부의 관리문제로 인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민영화의 길을 걷게되자 정부의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여, 이제 새로이 권토중래를 꿈꾸며
공기업에 영향력을 행사를 위한 새로운
법령제정의 필요성이 기획예산처의 내부에서 급격히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 정부의 관리·통제 더욱 강화 담아
실제로 기획예산처는 이 법에서 정부가 출연하거나 각종법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단체와 각종 정부산하기관과 위탁기관 등 약 550개 이상의 기관을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제정하여 기획예산처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법의 목적엔 자율과 책임경영확립 운운하고서는 세부 내용에는 예산과 조직 정원, 성과급등 조직의 핵심부문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미 주무부처가 존재하고 각종 법령에 의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새로이 기획예산처의 영향력 내로 끌어들이려 하고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정부산하기관의 운영에 있어서 IMF경제위기 직후 공기업경영의 문제점과 폐해로 지적되어 온 낙하산인사, 관치경영, 책임경영부제 등 정작 개선해야할 사항은 도외시 한 채 공기업부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정부의 관리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산하기관의 영향력을 확대해보겠다는 발상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부투자기관의 경영혁신과 개혁의 골자는 기업에 경쟁력을 도입, 생산성을 추구하고,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기업의 운영에 충실하기 위해 민영화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 정부의 관치경영과 관리가 시장경제에서 실패한 정책이고 정부의 공기업관리의 변화를 시장이나 국민이 원한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속내
경제위기 직후 정치권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국난책임의 가장 큰 원인은 김영삼 전대통령과 정부고위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무능 그리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있다고 진단하였다. 그러나 DJ정권도 고장난 관료체제를 바꾸기 위한 철저한 개혁과 문책도 하지 못하였고 역량 또한 보여주지 못하였다.

결국 정권말기에 가까워 오자 정치권의 힘의 공백상태를 이용한 정부의 제 밥그릇 챙기기와 공무원의 신애국자론이 부활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의 대상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개혁의 주체인양 소리 높혀 외치고 애국자인양 행세하는 역사적 과오는 청산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행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투자하거나 출연·출자함으로써 인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산하기관은 550여 곳에 이른다는 것이다. 포항제철과 한국전력 등 초일류 우량기업과 도로공사, 마사회 등 노른자위 공기업은 관료들의 퇴임 후 휴양지 같은 역할을 수행에 왔다. 권력이 바뀌면 으레 이 자리는 승전세력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나눠먹고들 해왔다. 인사는 번번이 뒷말을 남기고 경영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공기업의 진정한 변화와 환골탈태를 원한다면 이제는 시장과 기업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교하게 짜여진 시스템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기업과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생각하는 기업, 즉 교과서대로 하는 기업과 창의성을 높이사는 기업, 물론 저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최후의 승자는 「생각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원리를 모두가 이해하면서도 정부의 행태는 정반대다. 정부는 마치 특정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제해결방식을 출력시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도 문제가 터지면 정부는 뒤로 빠지고 네 탓으로 일관하고 한층 관리를 강화해야 하느니 모럴 해저드니 하면서 언론 작전을 수행한다. 정말 기업의 목표와 방향을 지시한 공무원집단 누구도 책임지는 일은 절대 없다.

■ 기획예산처 법제정 추진 즉각 중단해야
경영이라는 것은 특정사안을 바로 잡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내세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이제는 관리와 통제의 경영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생각하는 기업 자율에 의해 성장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기업은 생명체와 같다.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는 즉각 공기업에서 손을 떼고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한다. 단지 큰 틀에 서 무엇을 도와 줄 것인지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야말로 담당자 바뀌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정책을 버리고 정책입안자에 대하여 그리고 정부 산하기관의 경영을 지시했다면 그 부실에 대하여도 국민에게 연대 책임을 지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보니 공무원들에 의한 국정논단과 그 폐해가 국민에게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집권말기라는 이유로 국민의 관심이 온통 대권에만 쏠려있고 국회는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부는 제 밥그릇만 챙기는 작태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항상 되풀이되는 시나리오가 어찌 그리 잘 맞는지 입맛이 씁쓸하다.

정부야말로 이제는 불필요한 규제와 중복기능을 즉각 철폐하고 기획예산처는 주무부처의 공무원은 못 믿고 저 혼자 잘났다는 식의 오만한 발상을 중단하고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의 제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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