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큰 의미의 교과서가 될 수 있었던 교육계 선거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이번 3대 민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결선투표에서 낙선한 김귀식(65세) 7대 전교조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이렇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가 학교운영위원회 전원이 참가하는 최초의 선거로서 교육자치의 중요성을 인정한 의미가 큰 선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 유인종 교육감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출신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는 개혁적인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한다는 교육계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교조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교조에서 교육감직에 출마한 것은 교육감 자리보다는 교육개혁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의미가 컸다. 개혁적인 사람이 교육감에 당선돼 위로부터 개혁을 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결선투표가 붙으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나머지 7명의 후보들과 연대에 실패했고, 현 교육감외에는 학운위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돼 있는 등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패인으로 분석했다.

김 전위원장의 꿈은 교육청에 교육개혁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구비해, 누구나 찾아와 정보를 검색하고 각 학교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청에서 하나의 모델을 설정해 모든 학교에 시행하라고 명령하는 방식으로는 교육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권이 붕괴된 교육현장의 현실을 파악하는 사람이 교육감이 돼 교권을 높여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권을 높이는 방안으로 학생 평가권을 교사에게 일임하고, 새로운 교육개발을 통해 '전뇌교육'(전인교육)을 해야 된다는 것, 연구하는 교사를 우대하는 것 등등 김 전위원장에게는 구체적인 계획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던 만큼 아쉬움도 큰 듯. 김 전위원장은 이번 서울교육감 낙선이 개인적인 실패라기보다 수도권 교육개혁에 있어 실패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전위원장은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의 위원장으로서 쉽지 않은 상황속에서 전교조를 이끌며 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97년 7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후에도 휴직계를 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전뇌교육'을 실천으로 옮겼다. 김 전 위원장은 시험점수와 평소 점수를 60:40정도로 아이들을 '생활' 속에서 평가했다. 당시 매일매일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몇십개씩 검토했었다고 한다. 처음에 아이들은 새로운 방식에 반발했지만, 나중에는 아이들도 새로운 수업방식에 공감하고, 김 전위원장이 은퇴할 때는 감사를 표현해 그를 감동하게 하기도 했다. 이런 자신의 실천과 경험이 김 전위원장에게 새로운 교육방법에 확신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9년 8월 중화고에서 은퇴한 후에도, 전교조 지도 자문위원으로서 분쟁이 있는 사립학교를 찾아다니며 중재역을 해왔다.

사립학교측에서 김 전위원장의 중재를 탐탁치않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김 전위원장은 "학교는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이 학교의 문제는 곧 나의 일"임을 강조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두세군데 사립학교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던 일을 이야기하며 김 전 위원장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 교육의 3주체가 교육개혁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를 찾아다니며 학운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몰두할 생각이라고 한다. 교육감도 교육개혁에 있어 중요한 자리이므로 차기 선거에서 전교조에서 누군가가 출마해야겠지만 자신은 재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교육에 대한 걱정과 '참교육'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했다. 빛두레신앙인학교 초대 교장을 맡기도 했던 김 전 위원장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나는 천당 가게 해달라고 기도 잘하는 것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르게 가르쳐서 이 사회를 바르게 만들었을 때 그곳이 천당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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