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달전쯤 기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한 노무법인에서 근무한다는 공인노무사인 그는 그맘때쯤 기자가 작성한
대형노무법인에 관한 기사에 대해 조금은 긴 코멘트를 해왔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공인노무사들이 뭉쳐
대형노무법인 만들었다는게
그렇게까지 크게 기사화할 내용이었냐, 공인노무사업계에 있어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또다르게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숨쉬며 땀흘리는 노무법인이나 공인노무사들도 있다, 노동전문지인만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뼈아픈 지적이었다.


■ 수소문 끝에 발견한 노무법인 <현장>
수소문을 해봤다. 그런 역할을 하는 노무법인을 찾고 싶었다.
노동현장에 가까이 있다면 소위 '돈 안되는' 일만 할텐데, 그 일을 마다않고 하는 노무사들이 있을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동계에서 공통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노무법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무법인 <현장>. 뜻밖에도 기자에게 편지를 보낸 장본인이 있는 노무법인이기도 했다.

<현장>을 구성하고 있는 노무사들은 현재 모두 5명. 초기 공인노무사 9기(2000년) 출신 7명으로 출발했으나, 역시 이런저런 어려움 등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습노무사들이 모두 4명이다. 조금은 조촐하다.

이제 경력 1년정도.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아직 인지도도 떨어지고, 담당사건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이들이 노동계에 다소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조금은 굵직한 사건을 맡으면서부터이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원칙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노조와 노동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습니다. "

그랬다. 이들의 원칙은 처음부터 확고했다. 그것 때문에 맘 맞는 9기 동기들이 뭉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회사측 일은 일체 맡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노무법인만 70여개에 달하고 있지만 노조나 노동자 일만 맡는 노무법인은 1∼2% 정도에 머문다. 이전에도 몇몇 노무사들이 비슷한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그만둔 예가 있다고 한다. 결국 돈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노동자에게 문턱이 없는 노무법인
<현장>은 지난달초부터 발전산업 관련 일부 업무를 맡아왔다.
발전노조가 36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으나 이들을 기다린 것은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해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그리고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 등이었다. 파업 이후 새롭게 떠안은 일을 따로 맡아줄 노무법인이 필요했고, <현장>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담당자인 장영석 노무사는 "산업자원부의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 결국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싸움이겠지만 이같은 탄압을 사회적으로 알려내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밖에 비정규직 관련 주요사건 중 하나였던 홍익매점노조 등의 일도 맡아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이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노동자에게는 노무법인이나 노무사의 문턱이 높다는 것이란다.

"노동자들은 해고가 돼도 노동위원회를 찾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 제도나 절차를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알더라도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기도 하고요. 이제서야 노조들이 그런걸 알아가는 정도니. 개별노동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현장>의 이오표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어 "반면 회사측의 대응은 다릅니다. 그들은 스스로 노무사를 키워내기도 하는 등 노무사들을 적극 활용합니다. 노동자에게 문턱이 없는 노무법인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그러나 노무법인을 연 지 1년정도가 지났지만 아직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지 못했다.

"얼마전 우리 노무법인의 한 수습노무사가 개업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주저앉혔습니다. 그도 비슷한 취지의 일을 하고자 할텐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니까요."

아직 1년이 지났으니까 적어도 앞으로 1년을 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다. 회사측 일을 전혀 맡지 않는 비슷한 노무법인이 한 곳 있는데 거기도 자리를 잡는데 2년정도 걸렸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를 노동자 사건만 맡는 노무법인이라고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노동자 중심적 목적의식이 있다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었으면 합니다."

때문에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다. 어차피 규모가 큰 노조들은 굳이 도와주지 않아서 스스로 살 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 영세노동자들은 다르다.

이를 위해 우선 이 곳을 노동자들이 부담없이 찾았으면 한다. 소위 상담비 1만원을 받지만 돈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멋적어한다. 이와 함께 노동자, 노조에 대한 지원체계를 더 넓히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들이 법률서비스에 대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노조의 자문을 몇 개 담당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노조도 이의 활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도 노조에 일상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역을 개척하고 전망을 만들어가도록 할 거고요."

그들의 문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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