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는 단지 은행원들의 생활패턴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의 자금운용 시스템 변경에서부터 관광·레저 산업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경제전반에 그야말로 막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 산업계 파장 = 산업계는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당장의 불편보다는 ‘후폭풍’ 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시작된 주5일 근무제가 제조업체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격주로 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어 당장 수출입결제 등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제조업체로 확산될 경우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공장 등은 수당 추가지급 등에 따라 회사측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기업들의 연간 추가부담 규모가 최소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제도적으로 도입하기위해 논의하는 와중에, 특정 업종이 개별 노사협상의 형태로 실시에 합의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제조업체의 노조들이 개별적으로 도입을 요구,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실시하게 되면 자칫 노사정위의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노사정위원회가 제도적 도입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LG전자처럼 연월차 수당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한 기업이 공식적으로 ‘선례’ 를 남기게 되면 봇물터지듯 할 가능성이 크다.

경총 최재황 실장은 “휴일·휴가 문제 등 제도적 장치들이 전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권 노사의 실시합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이처럼 특정 업종 또는 개별 기업이 노사합의를통해 실시한다고 했을 때, 극단적으로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정부가 공식 도입하기 전까지는 남들 다 노는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될 경우 중소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마당에, 주5일 근무제는 중소기업을 더욱 기피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피커제조업체인 한국음향 김지택 사장은 “다른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주5일 근무제를 하면 20%가량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현재 가속되고 있는 제조업해외 이전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긍정적 효과 = 물론 주5일 근무제가 이처럼 경제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관광·레저산업에 끼치는 효과가 적지 않다.

주말여행과 스포츠·취미활동이 늘어나면서 호텔업·항공운송·렌터카 등의 분야가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또 가족단위의 여가생활을 자문해 주는 단기 여가 컨설팅업이 각광받을 것이며, 주말 이틀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으려는 필요가 증가하면서 교육 및 취미개발 관련 업종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의 비정규직 선호경향과 맞물려 업계 전반적으로 아웃소싱과 파트 타이머 고용이 확대되게 되고, 이에 따라 평일 야간과 주말의 이틀을 근무하는 이중직업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 전면실시로 여가관련 수요가 10%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7%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근로자로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확보된 에너지가 업무에 활력소가 되며, 짧은 시간에 업무를 완결하려는 의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의 분석결과를 보면 근로시간이 현행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면 생산성은 5.9% 증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전제 아래 여가산업에 대한 수요가 10% 증가하면 약 65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는 질 위주로 경영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휴일증가에 따른 비용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자동화 투자 확대, 성과 위주의 작업조직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업무관리에 있어서도 단순업무는 아웃소싱이나 하도급 업체를 활용하게 되고, 직원들의 근로는 기업의 핵심업무에 집중시킴으로써 고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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