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의 근로자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중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에 대해 최근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연이어 엇갈린 결론을 내놔 지입차주의 근로자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 법원과 노동위 판단 엇갈려 '혼란'

'지입차주'란 개인이 차량을 구입해 사업자 등록을 하고 기업과 계약하에 운송과 관련된 차량과 운행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지입차주들이 일관되게 노조법과 근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만 노사관계에서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등 노동 3권을 확보하게 되며 최저임금이나 산재인정 등 근기법상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단독 서태환 판사는 지난 1일 학원생들을 수송해온 지입차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이후 법적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송당사자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서 판사는 "학원이 정한 시간, 노선에 따라 버스를 몰면서 매일 운행일지를 작성해 결재를 받았고 임의로 운행을 중지할 수 없었던 점, 운행시간을 어겼을 때는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는 등 학원의 감독을 받아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신의 차량과 함께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포괄적 형태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지노위는 지입차주인 건설운송노조 미화분회 조합원 3명이 낸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서울지노위는 1년전 동일 사건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지노위도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에 대해 종속적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데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사안별로 해당노동자의 '사용종속성'에 따라 결정을 달리하고 있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 사안별로 일관성 없는 '근로자성 여부'

검찰은 지난 97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대우중기 지게차 지입차주들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사건을 다루면서 △ 운전자가 회사로부터 따로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점 △ 임의로 지게차를 철수할 수 있는 점 △ 차량 수리비를 운전자가 부담하는 점 등을 들어 "지입차주들은 근기법상 노동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들은 레미콘 운전자들을 '단독으로 운송사업을 하는 개별사업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서울지검은 지난해 12월 레미콘업체 대표들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일관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부천지원에선 "레미콘 운전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결한 바 있다.

부천지원은 △ 레미콘 운반업무가 사업에 필수적 내지 본질적인 점 운전자의 업무내용을 회사에서 결정하는 점 △ 업무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점 △ 정규직원과의 보수와 현격한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건설운송노조가 건설된 뒤 레미콘 운전자들을 근기법이나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여러차례 해왔다.

■ '조직적 종속성' 개념으로 근로자성 인정해야

이와 관련해 비정규공대위 등 시민단체와 학계는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종속성 개념'을 '조직적 종속성'으로 전환해야 하며, '경제적 종속성' 의미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제기하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용종속성' 개념에 따를 경우에는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장소가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인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업무가 대체가능한지,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 유무와 정도,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경제적 종속성' 개념이다. 현재까지 판례는 두 개념을 함께 판단하는 '복합설'을 취하고 있으나, '가장 좁은 의미의 사용종속성'만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적 종속성'의 개념을 취할 경우 지입차주의 근로자성 문제는 명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직적 종속성'이란 노무공급자에게 광범한 업무재량이 부여되는 경우에도 제공되는 노무가 당해 사업의 운영에 필요불가결하거나 사업운영상 항상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인정되는 종속성을 말한다.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부천지원의 판결이 조직적 종속성 개념을 이용한 것.
부천지원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운송사업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러한 요소는 경제·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사용자가 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근로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부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입차주인 레미콘차량 운전자로 구성된 건설운송노조의 장문기 위원장은 "지난번 서울지노위에 항의방문 갔을 때도 레미콘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데도 결정에선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우리의 근로조건을 볼 때 스스로 '근로자'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항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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