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30여일간의 발전노조 파업이 끝난 후, 배전부분 분할과 민영화가 예정돼 있는 전력노조에서 지난달 30일 '배전분할 저지 투쟁'을 이끌 위원장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배전분할 저지는 배전직군 출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김주영 전 서부지부 위원장.

지난 1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김주영 신임위원장을 삼성동 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향후 투쟁계획을 들어봤다. 유세기간 러닝메이트였던 엄창희 수석부위원장으로부터 "얼굴 두껍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하는데, 평상시의 김위원장은 조용조용한 말투로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편이었다.

김위원장은 우선 "전쟁에서 장군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조합원들이 배전직군 위원장이 이완용이 되지 않기 위해선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고 당선결과를 분석했다. 김위원장이 생각하는 배전부문 분할은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김위원장은 "서비스 질이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례에서 보듯이 요금인상으로 돈없는 사람은 필수적인 전기를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해외자본에 매각될 가능성도 크다. 배전분할과 민영화는 공적독점이 사적독점으로 변경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자본 유치나 효율성 증대 등 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분할민영화 논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위원장은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전력노동자들이 "해서는 안되는 정책"을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위원장은 배전분할 전단계로 평가되는 '사업부제'가 실시되는 시기가 총력투쟁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투쟁방법과 관련해선 "투쟁과 협상, 대화를 병행할 것이며, 배전분할 저지가 최종목표지만, 유연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연대사업과 정치방침 등에 대해선 대부분 조합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할 문제들이라고 답변했다. 전집행부가 서울지하철노조 등과 함께 추진해온 '공공연대'에 무조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한 투쟁목표가 생길 경우 다양한 조직과 연대할 수 있지만 '제3노총'과 관련한 움직임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위원장은 동일한 투쟁목표가 있는 전력산업 노조들과 연대전선을 형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집행부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선 모두 검토단계이며, 논의 속에서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의지로 선택할 경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김위원장의 측근에 의하면 김위원장의 성품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기보다 주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공기업 민영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질문에서도 정치위원회 등을 거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선거기간 쟁점이 됐던 직권조인 철폐 문제는 위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규약개정은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며, 조합원들의 총의를 묻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도 지난 11일 최수병 사장 후임으로 강동석 사장이 선임됐다. '배전분할'을 둘러싸고 신임 노조위원장과 사장이 어떤 노사관계를 형성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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