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에서 일하는 2만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정한 미군에 대한 각종 특혜와 노동기본권 제약 때문에 생존권 위협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SOFA의 노무 관련 조항은 근본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를 사실상 봉쇄함으로써 미군기지는 한국인에게 ‘노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또 출입국과 관세에 있어 미군은 물론 군속 및 가족들에 대한 광범위한 특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들에 대한 허술한 출입국관리와 면세조항들은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특권을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무=평택 미군기지에서 지난 20년 동안 피자를 만들어 오던 김모(57)씨는 지난 5월 미군측으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해고사유는 피자 절도. 미군은 당일 팔고 남은 피자는 모두 폐기처분토록 하고 있는데 김씨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주려고 피자를 싸가지고 나오다 적발된 것이다.

국내 근로기준법 제30조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정직,전직,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못박아 놓고 있지만 주한미군 노동자들은 이같은 한국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SOFA 제17조 3항은 미군은 한국의 노동법령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있지만 ‘미군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또 합의의사록 제17조 2항은 “미국 정부는 고용을 계속하는게 미군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는 경우 어느 때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군사상 필요’라는 막연한 개념이 부당한 해고를 정당화하고 노동자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한 근본적인 이유는 현지인을 고용할 때 ‘직접고용제’를 채택했기 때문. 각종 특권과 한국 노동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고 있는 미군이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됨으로써 노동기본권이 무시되고 있다.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간접고용제’를 채택, 현지 정부가 노동자를 고용해 미군에 공급함으로써 현지의 노동관계 법령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것과 차별적이다.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할 경우에도 제약이 따르기는 마찬가지.

SOFA 제17조 4항은 쟁의발생시 한국 노동부의 조정, 합동위원회의 조정 및 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합동위원회에 회부된 뒤 70일이 경과해야만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국내 노동쟁의조정법이 정한 냉각기가 공공기관 15일, 일반 기업 10일인 점에 비춰볼 때 사실상 합법적인 쟁의는 불가능하다.

◆통관및 관세=김포세관은 지난해 2월 미군사우체국(APO)를 통해 ‘허블라이프’라는 건강보조식품 368병,1000만원어치를 면세로 들여와 시중에 판매한 혐의로 미공군 오산부대 군속인 리처드 존슨을 검거했다.

존슨은 자신이 사용할 물건이라고 속여 들여왔다. 현행 SOFA의 관세 규정에 따르면 미군 뿐만 아니라 군속과 가족들도 자신이 사용할 물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SOFA 제9조1항은 “미군의 구성원, 군속 및 가족은 원칙적으로 한국법령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2항에서는 “이들의 사용을 위해 수입하는 모든 자재, 수용품,비품은 한국내 반입이 허용되며 관세 및 기타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군들은 이러한 규정을 악용, ’자신이 사용할 물건’이라고 속여 밀수를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김포세관 특수조사과 윤함복(43)반장은 “이들은 면세로 물건을 들여와 직접 팔기보다는 국내업자들에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군과 이들의 부인들이 면세규정을 악용, 돈벌이에 나선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동안 이들의 공식적인 면세부정사건만 16건,8억3700만원어치에 달한다.

또 SOFA 제9조5항은 출·입국하는 미군 구성원이나 미군에 우송된 군사화물에 대해서는 한국세관이 세관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에 있어서도 미군과 군속 및 가족들의 특권은 광범위하다. SOFA는 제8조2항에서 미군을 여권 및 사증에 관한 대한민국법령의 적용으로부터 면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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