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평균 하루만 쉬고 날마다 10시간 이상 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300인 이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그것도 사용자쪽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 노동조건은 더 열악하다고 보아야 한다.

비단 노동조건만이 아니다. 현재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진신고를 받고 있는 당국이 마치 그들을 `죄인 다루듯' 홀대하는 모습은 당사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6만여 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신고를 받는 곳이 수도권에 불과 네곳이어서 새벽부터 하루종일 줄을 서야함은 물론이고 그나마 매일 1천여명은 그냥 돌아가야 한다.

더구나 줄을 맞춰 쪼그려 앉아 기다리게 하는 당국의 처사나 신고장소 주변에 있는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은 오늘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용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를 통렬히 되돌아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인노동자 대다수는 이른바 `3D업종'에서 일하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냉대를 단일 겨레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우리가 홀대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다. 백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정반대다. 만일 강국에 약하고 약소국에 강한 것으로 이 나라가 인식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정부 당국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성찰해 볼 때다.

고용제도 개선도 그런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서둘러야 한다. 중소기업 사정상 `합법'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온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일선 사업장에서는 합법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외국인력 도입 확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나라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