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놀고 노동자와 소비자만 뛰고 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 기업들은몸을 잔뜩 움츠린 채 9·11테러 이후 맘껏 줄여놓은 재고를 조금 회복하는선에서만 돈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물건을 제대로 팔지 못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반면 정부와 소비자들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기업들은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직원들을 쥐어짜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비용을 줄이고 있다.

7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4분기 노동생산성과 비용’ 자료에서 기업의 이같은 ‘노동자 쥐어짜기’ 가 수치로 입증된다.

1·4분기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은 전분기보다 8.6% 증가, 19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노동생산성은 2000년 3.3%, 2001년 1.9%증가와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것이다. 이 기간 노동시간은 1.9%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6.5% 늘었다. 특히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9.7% 늘었으며 이중내구재산업의 생산성은 13.3%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단위당 노동비용 증감률은 198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5.4%였으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40년래 최저인 마이너스 6.5%를 기록했다.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9·11테러 이후인 지난해 4분기부터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신기술 도입이나 공정개선 때문이라기보다는 노동강도 강화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된 1,146개 미국 기업은 9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1분기 32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회계기준 변경 등의 요인이 작용했지만 총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3.8%에서 1분기 2.6%로 떨어지는 등 노동비용의 급격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판매 등 기업활동에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소비자들은 6.0%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상승률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 6.1%에 이어 1분기에도 3.5% 각각 소비를 늘렸다. 저금리에 따른 소비증대는 근 8년만의 최고 실업률과 기업의 투자위축 등 부정적인 요인이 대두되면서 증가세가 상당부분 둔화될 전망이다.

미 행정부는 높은 실업률과 ‘쥐어짜기’ 성격의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진행되는 상황이 부담스런 분위기다.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 의 대표적양상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글렌 허바드 의장은 “장기적인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이 높은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결국 고용을 창출하게된다”는 논리로 정부를 거들었다.

금리인상 시점을 두고 고민중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는 긍정적인소식이다. 노동생산성 향상 소식을 현재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하지 않다는 징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FRB 관계자는 “막 뜨려고하는 배에 바위를 실을 바보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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