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내 한 연맹에서 정책과 교육을 담당하는 박성환 교육부장(36. 가명)


박 부장은 대학교 재학시절 총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사회에서의 노동운동을 위해 연맹에 채용직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박 부장과 같이 현장 조합원 출신이 아닌 활동간부, 즉 상근채용직 간부라 불리는 80여명이 한국노총내에 연맹, 또는 단위노조에서 활동중이다.


한국노총 내에서 채용직 간부로 구성된 활동가노조(위원장 이민우, 해상산업노련 정책국장)는 지난 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현재 업무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활동가노조 조합원 35명중 19명이 응답한 이 설문조사 결과는 채용직 간부들의 현주소와 함께 중요한 과제를 던져줬다.

■ 평균 급여 140만원 선…3년간 임금인상 안된 곳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채용직 간부들의 임금 수준은 현재 일반 기업체의 70% 수준으로 월 평균 140여만원을 받고 있다. 또 활동가 노조 조합원 중 현재 임금에 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5명에 불과한 반면, 불만족 또는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3명으로 노동운동의 최일선에 있는 간부들이 오히려 임금 등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죠. 이 정도의 월급 수준으로는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가기 힘들다는 건데... 가끔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친구나 동기들과 술자리에서 만나 월급 얘기 나오면 얘기하기가 싫어지더라구요" 박 부장의 말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연맹이나 노조는 회사에 임금인상을 위한 임금협약 체결을 요구하지만, 정작 채용직 간부들은 연맹 지도부와의 간담회 정도를 통해 임금인상이 결정되는 것이 고작이다. 연맹에 들어온 지 3년째 된다는 한 간부는 이렇게 토로했다.

"3년 동안 임금이 전혀 오르지 않았어요. 매해 지도부와 면담이 있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예산 책정이 어렵다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하더군요"

■ "조직내 위치 불만, 자기 목소리 내는 구조가 돼야"

임금문제 말고도 채용직 간부들은 조직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 겨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은행 총파업을 주도한 금융노조의 채용직 직원 2명은 모두 '전문위원'이다. 노조내에서 아무리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도 그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전문위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 이들 '전문위원'은 모두 1년 단위로 계약을 새로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이러한 한계는 안정적인 노조활동을 저해하고 다분히 수동적으로 전락시킬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활동가 노조 이민우 위원장(해상산업노련 정책국장)은 "많은 채용직 간부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내가 조직의 일원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안타깝죠. 조직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게 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채용직 간부들에게 또 하나의 고민은 선거다.

연맹이나 노조에서 위원장 선거가 시작되면 이들의 운신폭이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들은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가 서로 자신을 밀어달라고 할 경우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다. 얼마전 선거를 치른 연맹의 한 간부는 "연맹 간부가 맡은 일의 특성상 대의원들을 직접 상대하는 경우가 많고 정책생산에도 도움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서로 도와달라고 하는데 거부할 경우 당선됐을 때 오는 후폭풍(?) 때문에 사실 고민이 되죠"

연맹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할지 언제나 망설여진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 연맹은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같은 채용직 간부들끼리 선거에 개입하는 간부와 중립을 지키는 간부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풍부한 기회제공위해 구조개선 필요"

한편 채용직 간부출신이 연맹 임원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눈에 띈다. 채용직 출신인 정보통신연맹 김성우 사무처장은 연맹 사무처장에 이어 연맹 위원장에 도전할 뜻을 밝히고 있어 다른 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부럽지요. 또 한편 드는 생각은 그 분이 채용직 간부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한 연맹을 책임질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죠"

15년 째 연맹에서 홍보와 정책일을 맡고 있는 한 채용직 간부는 이렇게 전한다.

김 처장같이 상황이 연맹에서 입지전적(?)의 인물로 치부되는 것 보다는
구조적으로 채용직 간부들에게 더 넓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언제까지나 숙제로
남겨질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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