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노사간의 지식 및 정보 격차는 결국 양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노동자계층의 지식 및 정보의 증진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앞으로 더욱 압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원감축 일변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도 이와 무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지식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는 국제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적 토대의 차원에서 제기된 것으로,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한 무한경쟁에서의 생존논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으로 도전으로서, 기술지식의 불평등 분배로부터 오는 지식격차(knowledge gaps)와 함께 사물의 속성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로부터 오는 정보문제(information problems)를 제기한다.

지식격차는 현실적으로 엄존하고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국내적으로는 부자와 빈자 사이에 커다란 지식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식은 원래 빛과 같아서 무게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신속히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지만,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이것이 경쟁의 중핵적 수단이 되고 보수(return)의 지렛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공공재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의 창출이나 획득은 비용을 요하고, 그러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의 차이는 곧 지식격차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보문제는 품질기준, 숙련인증, 신용도 등에 관한 정보의 부족이나 불완전성을 제거할 메커니즘이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부자와 빈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곤 하지만, 아니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정보의 상품화가 더욱 진전됨으로써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정보문제를 오히려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적인 차원에만 국한해 볼 때, 이러한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결국 계층간의 경제력격차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식과 정보의 획득에 있어서도 그러하지만 그 창출에 있어서는 획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격차가 존재하며, 이것이 다시 소득이나 부의 격차를 훨씬 더 크게 벌여놓게 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의 악순환을 이루는 것으로, 경제력 격차가 기술 및 정보 격차를 낳고, 기술 및 정보의 격차가 다시 소득 및 부의 격차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식기반 경제는 세계화의 대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지만 한국사회에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경쟁이 강조되고 경쟁을 위해 지식이 중요하게 취급되면 될수록 지식의 공공재적 성격이 퇴조함으로써 지식격차와 정보문제가 더욱 고착되고,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빈곤, 소득분배 및 사회복지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뿐만이 아니라,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새로운 도전으로 등장하고 있다. 노사간의 지식 및 정보 격차는 결국 양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격차해소(노동자계층의 지식 및 정보의 증진)를 위한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상대적으로 지식이나 정보 획득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앞으로 더욱 압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의 유연화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실제로는 수량적 유연화, 즉 인원감축 일변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도 이와 무관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식격차를 완화하고 정보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사회복지와 노사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한국사회의 과제라는 것이다. 소득분배의 악화와 노사관계의 경색화에 더하여, 지식격차와 정보문제가 한국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로 등장해 있음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실 이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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