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사결정구조의 난맥상으로 구심점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고집행기구인 의협 상임이사회와 투쟁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가 재폐업같은 중요한 결정사항마다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이제 의협 지도부가 갈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쟁투는 투쟁을 주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의협산하 투쟁조직이지만 번번이 의협 집행부의 결의사항을 뒤집는 `반란'에 나서 두 조직간에는 이미 감정적으로 더 이상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생긴 상태다.

지난 6월 의료대란과정에서 벌써 파열음을 냈던 의협 상임위와 위쟁투간의 갈등은 지난 23일 과천에서 열린 약사법개악규탄 및 의협회장 석방 촉구대회에서 신상진의쟁투위원장이 의협 집행부와 사전협의없이 일방적으로 7월내 폐업강행을 위한 회원찬반투표 실시를 주장하면서 표출됐다.

그 동안 의쟁투 결정사항을 대부분 추인해 왔던 의협 상임위는 그러나 시기적으로 약사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폐업강행에 나설 경우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향후 투쟁에 불리할 수 있다며 지난 25일 의쟁투 요구를 전격 보류하는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의쟁투는 당일 오후 곧바로 중앙위를 소집, 의협 집행부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며 독자적인 투표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내분양상은 점점 고조됐다.

결국 의료계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지난 26일 밤 의쟁투 주장대로 재폐업찬반투표는 27-29일 실시하되 폐업시기는 의협집행부와 의쟁투중앙위, 각 시도의사회장단 3자간의 합의로 결정키로 하면서 갈등양상은 일단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폐업 찬반투표결과 찬성률이 66.1%로 나타나면서 재폐업돌입시기를 두고 의협 집행부와 의쟁투간에 내재됐던 대립양상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지난 30일 오후 열린 연석회의에서 의쟁투는 정부와 좀더 협상을 가진 뒤 오는8월15일 조건부 폐업에 들어가자는 상급기관인 의협 상임이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거의 일방적으로 다음달 1일 재폐업돌입을 선언한 것.

이 때문에 의협 상임이사회는 입장이 관철되지 않자 연석회의에서 전격철수하고전원 사퇴서를 제출, 의료계는 사실상 지도부 공백상태에 빠졌으며,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의쟁투 등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의쟁투 중앙위원간에도 투쟁방법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한데다 현재 파업투쟁을 벌이며 투쟁의 전면에서 싸우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투쟁노선에대한 내부갈등으로 최근 회장단이 물러나고 비상대책위가 구성됐지만 결속력 부재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래저래 의료계는 최악의 경우 조직이 와해되는 상황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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