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기관에서 10년내에 연간 2000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목표로 노동시간단축을 추진해 나가자는 의견이 제출됐다. 노동부가 연내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같은 의견은 향후 관련논의를 보다 진척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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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소영 박사(책임연구원, 법학) 등은 지난해 노동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해 추진한 '근로시간단축의 쟁점과 과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소영 박사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총 노동시간은 지난해 기준 2,497시간(주당 47.9시간)"이라며 "OECD국가들과 비교할 때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약 600-900시간정도 길고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주당 44시간인 법정노동시간이 길다는 점, 장시간의 초과노동, 낮은 휴가사용률 등을 장시간 노동의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노동시간중 초과근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11.9%이며, 휴가사용 역시 1년에 평균 22일의 연·월차 휴가를 받지만 실제 휴가를 쓰는 날은 연중 8.8일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김 박사는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과 함께 경제성장구조 및 노동시장 구조를 전환시키는 것에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김 박사 주장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 관행이 임금구조 왜곡·생산관리의 비효율성·외형적 성장방식 추구 등의 요인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간단축을 추진함에 있어 정규 노동시간 산정의 기초는 주당 노동시간으로 하되, 단축의 목표는 실노동시간의 길이를 기초로 연간단위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관련 김 박사는 "노동시간의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유급휴가나 탄력적 노동시간제도 등의 개선에 있어서 연간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설계,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10년후 현행 년 2,497시간에서 선진국 수준인 2,000시간으로 줄여 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이에 맞춰 주당 노동시간 단축범위 역시 조정해 나가자는 것.

아울러 김 박사는 실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줄여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법정노동시간단축만을 추진할 경우 노동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시간외근로, 휴일·휴가제도, 노동시간 유연화제도 등 포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동시간단축 적용대상 및 일정 = 장기적인 목표는 전 업종과 규모를 대상으로 1주 40시간을 실시하되, 업종별·규모별 특수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재 주44시간을 주42시간을 거쳐 주4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현행-> 격주토요휴무제->주휴2일제) △현행에서 주43시간, 주42시간, 주41시간, 주40시간으로 이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급격한 노동시간단축시 초과근로수당의 지급 능력이 있는지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동시간단축은 실노동시간이 짧은 업종과 대규모 사업장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단체나 공기업, 금융, 보험 등의 업종과 300-500인이상 대규모 사업장이 선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시간외 노동의 제한 =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돼도 초과노동시간이 증가하면 노동시간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외 노동의 규제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현행 1주12시간인 시간외노동의 상한을 하향조정하는 등의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또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의무적 휴가부여로 초과노동에 대해 보상하거나, 초과노동시간을 휴가사용시간으로 저축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관련 프랑스의 오브리법은 10인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연간 130시간 한도내에서 1주 41시간을 초과해 노동하게 할 수 있으나, 초과노동에 대해 초과노동시간의 150%를 휴식시간으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 휴가제도의 개선 = 휴가제도개선은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중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우선 주당 40시간제로의 단축은 주휴 2일제의 확대를 의미하는데, 현재 유급으로 되어 있는 주휴를 무급으로 할 것인지 유급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에 대해 김소영 박사는 "노동시간단축추진은 주휴의 무급화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시간급노동자 등의 임금저하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보존수당의 지급 또는 시간급 인상 등의 장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휴 무급화는 임금저하를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김 박사는 "실노동시간 단축효과를 위해 연차유급휴가의 취득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행 연차휴가 발생요건인 '최소 근속연수 1년'을 ILO기준에 맞춰 6개월로 단축하고 '개근한 근로자에 대해 10일, 9할이상 출근한 자에 대하여는 8일'이라는 현행 부여요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생리휴가도 본인의 신청에 의한 무급휴가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휴가 대신 수당을 받는 관행을 개선해 휴가가 실질적 재충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휴가사용을 계속 권고했음에도 노동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대체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노동시간운용의 효율성 제고 = 주40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다른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년 또는 6개월단위의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1년단위의 탄력적 노동시간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1일의 휴일은 매주 부여하면서 나머지 1일의 주휴는 연간 바쁜 시기와 한가한 시기에 따라 변형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

이와함께 재량근로시간제의 대상(범위)을 확대해, 불필요한 연장근로를 감소시킴으로써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성과급제 등의 도입을 용이하게 할 필요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조정 문제 = 임금문제는 법정노동시간단축 추진에 있어서 노사간에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쟁점사항이다. 노동계가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반드시 노동시간단축 비율만큼 임금삭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법정노동시간단축이 실제 사업장에 적용될 때 임금조정 문제는 각 사업장·직종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일 것이나, 궁극적으로 노사간 협약 등에 의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노사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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