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동부로부터 모성보호부문 남녀고용평등 기업으로 선정된 충남 천안의 엠이엠씨코리아(MEMC KOREA)㈜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 함금자(29)씨는 지난해 12월 둘째딸 양선이를 낳고 3개월간 출산휴가를 다녀왔다. 지난해 11월 출산휴가를 90일로 연장하도록 한 모성보호 관련 법 개정에 따라 회사가 사규를 변경한 뒤 함씨가 첫 수혜자였다.

“아기가 세상으로 나와 생활 리듬을 갖는 데 100일 정도 걸린다고 해요. 출산휴가 3개월간 아기가 목을 가누고 엄마를 알아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복했어요.”

함씨는 출산휴가 가운데 두달은 몸조리와 아기를 돌보는 데 보내고 한달은 강원도 시댁에 있는 큰 아이 진선이를 천안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냈다. 가족이 한집에서 함께 지내기는 3년 전 진선이가 태어났을 때 잠시뿐이었다. 90일 출산휴가는 함씨에게 그동안 못다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준 셈이다.

이 회사는 90일 출산휴가 외에도 △ 최고 90일까지의 유·사산 휴가 △ 임신하면 매월 하루의 태아검진 휴가 △ 배우자 출산휴가 △ 자녀학비 지원 △ 1명당 3만~5만원의 부서회식비와 야유회비 지원 △ 영화관람권과 휴가 때 숙박비 지원 등의 사원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대현 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여성을 배려했다기보다 관련법을 지켜 사규를 바꾸고 시행하다 보니 모성보호 관련 우수기업도 되고 여성관도 바뀌었다”며 “남성과 여성이 일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출산 부담과 자녀 양육까지도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진정한 남녀고용평등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에게만 특혜를 베푼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 직원들도 없진 않았지만 이 회사의 특수한 환경이 이런 불만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장상무는 말한다. 여성 노동자 178명 가운데 40%인 76명이 사내 결혼을 했을 정도로 사내결혼이 많아 출산휴가 대상자가 자신의 아내이거나 동료의 아내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단순히 모성보호 관련법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남녀간 인사차별도 없다. 이미경(29·주임)·박용운(32·사원)씨 부부처럼 아내가 남편보다 직급도 높고 월급도 많은 부부도 생겼다. 남편과 같은 팀에서 일하는 이씨는 “남편이 종종 다른 남자들처럼 `회사에 일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거나 수당을 빼돌리지 못하는 원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이렇듯 모범적 노사관계를 갖기까지 갈등과 대립도 적지 않았다.

1997년 7월 노사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파업을 단행했고 회사는 이에 맞서 25일간 직장을 폐쇄했다. 회사는 이어 닥친 외환위기에 96년말 24시간 교대근무에 470억원 흑자를 냈던 것에서 가동률 35%에 적자상태로 돌아섰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 98년초 노조는 4조3교대 근무와 무급순환휴직, 임금반납에 동의하는 대신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회사와 합의했다. 한편 회사는 투명경영을 통해 이익을 노동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가동률을 높이고 원가를 줄이는 등의 `서바이벌 742운동'을 전개해 경영정상화에 일조했다.

“이윤추구집단인 기업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용평등과 사원복지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직원들이 장기 근무하면서 기술력도 쌓일 겁니다. 직원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면 생산성이 높아져 경쟁력에서 앞서게 될 것이므로 결국 사원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됩니다.”

모성보호 남녀고용평등을 앞장서 실천해온 장승철 사장의 소신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