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주 연구전문노조 지도위원이 본지 4월8일자에 기고한 '월드컵기간 무파업 선언'과 관련
배일도 위원장에게 전하는 편지에 대한 답신을 서울지하철노조 배일도 위원장이 보내왔다.
호칭이 현 직책과 맞지 않으나 그대로 싣는다. 이와 관련 박태주 지도위원 혹은 다른 이들의 재반박을 기대한다.



박태주 지부장의 애정어린 질책과 비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차제에 저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고민 끝에 답장을 씁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게 느껴지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 감정에 치우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히 때리는 시어머니가 더 미워야 하니까요.

마찬가지로 불난 집에는 부채질이 문제가 아니라 불난 집의 화재 원인을 냉철히 짚어 봐야 문제 해결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존심 구겨 가며 다른 것 포기해 가며 서울시와 정부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해 일정 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용이다", "복직이 불쾌하다"는 어이없는 비판 때문에, 저도 인간이기에 심사가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며,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다소 감정적으로 발언한 점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해가지 않겠습니다.

박지부장이 거론한 계급 대립적 시각의 문제 만해도 그렇습니다.

저는 계급 대립적 관점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계급 대립적 시각만으로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급주의적 시각은 노동자의 승리의 무기가 아니라 동지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가슴 아프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저는 발전노조투쟁은 역사적 투쟁이며 이후 노동자들 사이에는 전설적인 투쟁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발전노조 동지들의 투쟁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발전노조 투쟁을 무기로 정부와 교섭에 들어간 상급단체의 무능과 판단력 부족, 정치력 부족은 전설적인 투쟁을 전설적인 패배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정부의 군사 작전식 탄압도 한몫 했겠고, 저의 부채질(?)도 한몫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질을 놔두고 변죽을 울리는 것은 책임전가와 책임회피를 전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월드컵 기간 중 무파업 선언에 대해 답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는 월드컵 기간 중 파업을 계획하는 것은 논리를 떠나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도 월드컵 기간 중에는 임금교섭 집중시기를 피해서 잡기로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자신이 말하면 차선 바꾸기고 남이 하면 끼어 들기라고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분명히 말하건데 한시적인 기간동안의 평화선언과 노동삼권의 포기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싸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치는 목동처럼 일년에 서너번씩 하는 총파업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불난 집은 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튼튼한 집을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분열이 아니라 선택인 것입니다.

가스공사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단결이라 할 때 다른 쪽에서는 분열이라고도 하지요.

또한 저의 이러한 생각은 저의 소신 일뿐 보수언론의 희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요새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음모론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행여 이러한 저의 생각이 본의 아니게 발전노조 조합원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연대의 정신을 담아 발전노조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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