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복 상임이사 이력

1967 대한중기 분회 대의원
1980. 7 계엄확대, 계엄사 연행
1980. 9 기소유예로 석방
1983 정화조치 만료(3년)로 위원장 3선
1984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
1986 회사퇴직
1988 한국노총 조직교육국장
1994. 3 조직국장 겸 사무차장 서리
1994. 7 사무차장


한국노총은 이남순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한 뒤 사무총국을 대폭 개혁하기 위해 고민중이다. 부서개편과 인사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15년간 한국노총에 몸담고 있었던 이종복 사무차장(59)이 지난 3월21일 한국노총 장학재단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눈에 띄는 변화로 꼽을만 하다. 한국노총은 이번 부서개편에서 사무차장직을 폐지할 방침이다.

이종복 사무차장은 기아가 인수한 대한중기에서 67년 분회 대의원을 시작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86년 대한중기가 기아로 인수될 당시 파업으로 해고된 뒤 88년 한국노총에 전문직으로 입사, 조직교육국장, 복지국장 등을 거쳐 94년도부터 사무차장직을 맡았으니 사무차장 역할을 한지도 9년째다.

이종복 전 사무차장을 지난 25일 장학재단 상임이사실에서 만나 그간의 고민과 이종복 상임이사가 생각하는 한국노총의 전망을 들어봤다. 사무차장직을 없애야 한다고 스스로 주장했다는 이종복 이사는 사무차장직 폐지 의미에 대해 "결재과정이 많아지고 관료화되고 있다. 사안별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사무차장 폐지가 필요했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간 한국노총의 문제점중 인사의 '동맥경화 현상'이 지적되면서 그중 자신이 지목돼 왔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이종복 이사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사람간의 뛰어난 조정능력, 성실함, 솔직함, 하급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등은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세 번의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를 거치면서도 사무차장을 계속 맡아왔다는 것은 그의 이같은 조직능력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종복 이사는 "아직까지 내가 사무차장으로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개혁은 인적청산만으로 된다고 보지 않는다. 의사결정구조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몸은 떠났지만 아직까진 사무총국에 대한 고민을 잔뜩 갖고 있었다.

이종복 이사는 "양대노총이 노선이 비슷한데도 우리가 회색분자처럼 보이는건 운동방식의 차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런 척 하는 모습을 정리해야 한국노총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비해 한국노총을 지원하는 교수가 없는 것은 정체성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한국노총이 실시한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에서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활동방향으로 택한 "투쟁력은 높이되, 유연한 전술 필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까지 한국노총이 갖고 있는 교섭력에 투쟁력을 뒷받침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종복 이사는 "로비에 의한 교섭이나, 시혜에 의해 얻는 교섭이 아니라, 투쟁력이 뒷받침된 교섭력이어야 조합원들이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복 이사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97년 노동법 개악에 맞서 양대노총 연대파업을 성사시킬 때를 꼽았다. 대다수 산별위원장들이 반대했던 것. 당시 박인상 위원장이 산별위원장 설득을 잘 했지만, 이종복 이사는 "일상적으로 산별위원장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산별연맹에 일상적으로 사무총국의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고, 사안의 배경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복 이사는 한국노총이 현장중심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한번 반성해볼 대목이라고 짚었다. 부당노동행위나 단위노조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면 한국노총에 직접 연락하라는 취지로 전화번호 뒷자리를 '119'로 해 119제도를 만들기도 했지만, 잘 활용되지 못했다는 것.

그는 후배 전문직 간부들에게도 쓴소리를 남겼다. "이정식 본부장이 들어오던 88년쯤에는 사무총국에서 밤새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노력들이 덜 보인다. 다른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확신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자기노력과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이종복 이사는 장학재단으로 옮긴지 1주일도 안돼 장학재단 발전을 위한 새로운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그중 하나가 장학재단은 한국노총 조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돼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조합원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게 돼있지만, 유연성을 발휘해 철도해고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학생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한국노총의 인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사무총국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종복 이사는 사무차장직을 물러난 뒤 자서전 형식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흙탕물을 첨벙첨벙거리며 넘어왔는데,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는 이곳에 흙탕물이 있으니 피해가라고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