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온 지 백 년이 훨씬 넘는데 한 번도 파업을못했습니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의 특수성상 쟁의권이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최근 들어) 맥없이 한전에서 분할을 강요당했고 조합원들은 전적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분노하게 되었고… 4년에 걸친 투쟁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은파업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깨달았던 것이죠. ”

2월25일부터 가스·철도 등 주요 공공부문 노조와 공동으로 파업을 개시한발전산업 노조의 이호동 위원장이 <노동사회>와 인터뷰한 내용의 일부이다. 가스와철도 부문은 각기 하루, 사흘만에 파업의 깃발을 접었으나 발전 노조는 언론의공세와 정부의 강경 대처 선언, 검찰의 대량 검거 조처 등에도 불구하고,집결투쟁·산개투쟁·사이버투쟁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면서 한 달 가까이 사상초유의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단순히 민영화가 가져올 신분불안이나 노동조건 저하 때문에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 민영화, 아니 사유화가공공성을 해치며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이미 미국·영국·일본 등의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에 차질이 오기도 했다. 앞으로 이른 시일 안에근본적 해결이 없다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있었던 것처럼 그야말로`전력대란'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일관되게 “민영화 문제는 교섭의 대상이아니며 더구나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교수노조가 출범했고 최근에는 공무원 노조들이출범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불법'을 강조하며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대화와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0년대 암울했던 시절에 민주노조 위원장을 지낸 분이노동부장관이 되었기에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품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노동정책은 산업정책이나 경제정책의하위 파트너로 되어 있기에 결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정책을 펼 수가 없다는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누가 장관이 되느냐가 아니라 정책 결정의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 본다.

이런 점에서 나는 깨어 있는 풀뿌리 민중의 창의적인 자세와 단결된 힘이바탕이 된 상태에서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이 수평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새로운 나라 운영의 틀을 생각해 본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안보 등모든 분야에서 오로지 효율성과 수익성, 경쟁력과 부국강병만을 강조하는 낡은틀로써는 결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가지만 강조하자.

첫째, 우리 후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경제 발전 전략을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시장 위주냐, 국가 위주냐,아니면 풀뿌리 자치 사회로 갈 것인가 하는 원칙과 관련해, 전사회에 토론이벌어져야 한다. 나는 약육강식 논리의 시장 원리도, 풀뿌리 민중을 대상화하는엘리트주의도 그 `종점'에 왔다고 본다.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새로운 삶의 원리를 찾아야 한다.

둘째, 민간 기업, 공공 부문, 공무원, 교육자 등 영역을 가리지 말고 풀뿌리민초들의 `자기조직화'와 `생동하는 연대'를 장려하고 촉진해야 한다. 국가는 범죄예방이나 안보·외교 분야에만 전념하고 그 외 대부분 일상적 삶의 영역은 일하는당사자들과 신뢰받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요컨대, 대외적으로 자주성을 강화하고 대내적으로 민초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새로운 삶의 구조를 창출할 때 비로소 노동 정책과 경제 정책의 모순이 지양될 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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