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고성장-저물가를 향유하려면 미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 금융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이날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경영전략 세미나에서 `디지털 경제의 흐름과 금융'을 주제로 강연, "미국이 고성장-저물가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후반기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구조조정이 밑바탕이 되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전 총재는 "디지털 경제의 출현이 인플레이션 없는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위 신경제를 실현시킨다는 논의가 있으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민간소비를 확대시키는 등 수요증가도 가져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인플레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에 이례적으로 고성장-저물가를 달성했는데 이는 신경제가 현실화돼 나타난 것이라기 보다는 외환위기로 크게 절하됐던 원화가 다시 절상되면서 수입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 총재는 따라서 우리경제의 장기 안정성장이 가능하도록 물가안정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금융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으므로 경기동향과 함께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봐가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화폐 등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의 사용확대는 통화정책의 무력화로까지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통화승수, 통화량, 통화유통속도 등에 변화를 초래해 통화신용정책수행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전 총재는 예측했다.

전 총재는 이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중앙은행에 집중됐던 각종 정보들이 경제 각 부문에 공유됨으로써 과거 중앙은행이 누릴 수 있었던 선도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시장 친화적 통화정책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정책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상호신뢰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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