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적어도 두달동안 집에는 얼씬도 못하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때뿐이랴, 지난해처럼 거의 매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상임위 준비하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우는 게 일쑤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그들의 이름. 특히 일선에서 발로 뛰는 비서관들의 삶은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화려해 보이면서도 뒤편에 깔려있는 그들의 고민과 애환을 환경노동위 노동담당 비서관들의 삶을 통해 엿보았다.

■ 국회의원 비서관, 그들은 누구인가?
국회의원실에는 직원은 모두 6명.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4∼9급까지 있고, 보좌관이 주로 4급, 비서관이 5∼6급으로, 의원실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가감될 수 있다. 환노위의 경우에는 환경과 노동담당자가 각각 따로 있고, 노동담당 비서관끼리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동질감이 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현재 환노위 소속 노동담당 비서관들은 각 의원실에 한명씩 있다고 볼 때, 모두 15명정도. 특히 이번 16대의 특징은 의원들이 초선 및 노동운동이나 재야출신들이 많아 비서관들도 그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노동담당 비서관들 중 유독 노동·학생운동 등 '운동권' 출신들이 많은 게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물론 운동권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노동'문제에 대한 고민이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아마도 환노위의 전체적인 분위기 탓이 아닐까?

■ 업무에 대한 자부심, 뒤쳐지지 않는다
"업무는 크게 일년주기로 보면 상임위와 국정감사가 열릴 때가 가장 바쁘죠.
준비하는 게 보통 만만한 게 아니죠."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뒤이어 국정감사가 열린다. 국정감사는 1년 정부업무를 총괄평가하는 자리인지라, 국회와 정부 모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15대부터는 시민사회단체의 의정활동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높아지면서 해당 상임위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마음도 크다. 이 때 비서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주문도 많아지고, 한마디로 '튀어보이는' 내용과 전술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 비서관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름 옷 입고 나왔다가 겨울코트 걸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찌감치 노동부에 자료를 요청·분석하고, 노동조합이나 민원인들을 만나고, 최종 질의서를 작성하고, 국정감사가 시작하기까지…. '피 말린다'는 표현은 이럴 때 필요한 듯 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임시국회가 매월 열리는 바람에 사실상 상시 상임위가 되면서 국정감사와 비슷한 분위기가 매번 연출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런 고생 끝에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결국 정책에 반영할 때, 또는 힘겹게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질 때 이들의 고생은 순식간에 잊혀진다.

■ 국회 비서관들의 희로애락
그러나 이들의 화려해 보이는 삶 뒤에는 쓰라린 상처도 많다.
일단 별정직 공무원이란 단어 뒤의 실체는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선거 때가 되거나, 국회의원의 상임위가 바뀔 때마다 신분의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비서관들의 평균연령이 30대 초중반인 것은 젊고 의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얼마전 한 의원실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러모로 돈이 아쉬운 의원이 직원수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의원실은 그날부터 서로 눈치 보느라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고, 결국 한 비서관이 소위 '총대를 매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 비정하죠? 이것이 국회 비서관의 또 다른 삶이기도 합니다." '화가 치밀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같은 당소속 다른 의원실 비서관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 사회보험에도 거의 가입이 안돼 막상 일을 그만뒀을 때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신분인 기간에는 공무원연금 적용을 받지만, 고용보험 등에 가입이 안돼 나중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가 없다. 또한 한 비서관은 스스로를 '자판기'라고 자기비하를 한다. "의원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짜내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플 때도 있죠."

■ 그들은 무엇을 찾는가? … 국회 비서관들의 '전망 찾기'
그럼에도 비서관들은 스스로의 업무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만족스럽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이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본인의 업무가 '의미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모성보호법이 통과되기도 했고요,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 때 보람을 느끼죠."

반면 국회의 한계를 절감할 때도 많다. "예컨대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국회가 정부도 불러 호통도 치고, 당사자들을 불러 조정도 해보려고 하지만, 그때뿐이죠. 실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못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부의 위상과도 연결이 된다는 지적이다. 노동쟁의가 일어나도 실제 해결사 임무는 공안쪽에서 담당을 하고 있어, 노동부장관을 불러 호통을 쳐봤자,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의미니까. 이게 곧 국회 내에서는 '힘없는' 환노위를 보여주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에 노동담당 비서관들은 전문성을 쌓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환노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특히 여야대립이 아닌 노사대립 구도로 진행되는 환노위의 특성상 비서관들이 여야 막론하고 공동으로 고민하는 모습, 이것이 국회의원 비서관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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