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 위생계 직원 전원이 26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영업 유흥업소들을 단속하고 행정처분장을 직접 부착해야 함에도 불구, 이를 지키지 않았고 또 경찰에 형사고발조치도 하지 않아‘봐주기식’ 단속으로 사실상 불법영업을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강남구는 룸살롱만 260여 곳, 단란주점 806곳 등 총 1060여개의 유흥업소들이 영업중이어서 사실상 적은 인원으로는 정규적인 단속업무가 힘들었다는 게 구청측의 변이다. 양측의 주장은 일견 모두 일리 있는 듯해 보이지만 주변에서는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다. 구청 직원에 대한 경찰의 유례없는 수사도 그렇고, 부패1번지의 오명을 안아온 구청 직원들의 주장도 눈속임 변명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지경1=왜 경찰은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까지 구청에 대한 기습을 감행했을까. 이날 강남경찰서에 의해 입건된 수는 룸살롱 등을 단속하는 구청 위생과의 전·현직 직원 16명. 이 같은 경찰의 이례적 조치에 구청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눈치다.

구청 직원들은 “무리한 수사로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최근 경찰청의 ‘부정공무원 특별단속지시’에 부담을 느낀 강남서가 지나친 생색내기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경찰은 수사에서 뇌물수뢰 등 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직무유기 혐의를 증명할 사례도 9건에 불과하다. 이 상태로는 검찰에서 기소유예될 가능성이 커 경찰이 왜 행정기관과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사에 착수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요지경2=구청 직원들의 주장대로 구청은 과연 100% 깨끗한가. 경찰은 이번엔 평소 ‘국내 최고의 노른자위 부서’라는 의혹의 시선을 받아온 위생계 비리를 끝까지 캐내겠다며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불법영업으로 영업정지·허가취소·폐쇄 등의 행정조치를 받은 242곳에 대해 계고장을 부착하지 않고 74곳을 형사고발조치도 않은 것은 물론 규정에도 없는 과징금 부과까지 한 사례가 있어 검은 뒷거래의 의혹이 짙다는 것.

사실 그동안 강남구청은 각 부서에 비리 공무원 적발이 끊이지 않았고 위생과의 경우 지난 3월 위생과장이 관내 모룸살롱에서 향응을 제공받아 현재 직무해제된 상태다. 또 강남구청은 지난 3월 억대 공금을 횡령한 직원을 고발없이 사표만 받아 제때 공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부하직원 돌봐주기로 꽤 명성이 높은 곳. 구청의 반발에도 불구, 경찰의 자신감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요지경3=경찰과 구청의 줄다리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구청 못지 않게 그동안 강남경찰서도 노른자위 근무지였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2년 전만해도 검찰에 의해 구청 직원들과 경찰이 모두 유흥업주들과 검은 뒷거래를 하다가 적발됐고 비리 경찰관이 적발된 사례도 끊임이 없었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위해 자체 보안에 특히 신경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관계자들은 “속사정을 알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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