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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화학노련 농심노조공장폐쇄·이전으로 유휴인력 444명, "그러나 감원은 없다"
군포시가 농심 안양공장을 가로질러 소방도로를 내기로 해, 라면을 생산하던 공장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공장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더불어 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282명의 고용 문제가 불거졌다.

"노조의 모든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공장 한 개가 사라지면서 유휴인력 282명에 대해 노조는 고용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화학노련의 농심노조 지재영 위원장(42)의 말이다

노조와 회사는 50여 차례의 노사협의회를 통해 유휴인력에 대한 처리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다른 공장 라인에 유휴인력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유휴 인력은 제품 포장, 식당 등의 다른 업무를 맡도록 했다.

■ 444명 유휴인력 고용안정 이뤄내
"결국은 한 사람도 빼지 않고 고용안정을 이뤄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162명에 대한 고용문제가 생겼습니다."
(주)농심 안양공장은 세워진지 26년이 넘었다. 따라서 공장 설비와 시설이 낙후돼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면서 구미에 신설비를 갖춘 공장을 세웠다. 회사측은 한 라인에 15명이 배치되는 안양공장보다는 한 라인에 7명이 일하고 생산성은 더 좋은 구미 공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지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이미 282명이 새로 라인에 투입되면서 라인은 포화상태였거든요. 그런데 또 다시 162명을 어떻게든 우리 안양 공장에서 소화시켜야 하니까 답답했죠."
결국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방안은 유휴 설비를 이용, 스낵라인을 설치하고 유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고용안정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계속적으로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고용안정에 대한 노사간의 이 같은 노력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 고용안정을 푸는 열쇠는 노사간 '신뢰'

▷ 올해는 임단협 투쟁 결의대회를 6시간 산행 끝에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었다.


"무엇보다도 노사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저희 회사도 노사간에 불신과 갈등속에 있었습니다. 회사도 살고 노조도 사는 '공존공영'의 원칙을 세우는 게 필요했습니다."

회사는 무엇보다도 경쟁력이 중요하고 노조도 또한 조합원의 권리와 고용안정이 중요한 서로 상충되는 요구를 합리적으로 푸는 문제는 역시 '신뢰'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노사간의 적절한 긴장관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고용안정에 대한 원칙적인 신뢰속에 노사가 진정으로 한마음을 회사를 발전시켜야겠다는 믿음이 우선돼야지요."

지위원장은 올 1월1일 전조합원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노사합력'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회사는 노조가 한식구라는 걸 인정하고 노조도 회사가 동반자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한 목적을 가지고 힘을 합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위원장은 말했다.

■ "현장 조합원과 함께 하는 열린 노조가 돼야"
농심노조가 회사측과의 관계에서 고용안정에 주력하는 동안 노조내부에서는 투명하고 열린 노조를 향한 실험이 시작됐다.

먼저 조합원의 불신이 생길 수 있는 노조의 회계부분을 외부 공인회계사를 초빙해 먼저 감사를 실시해 투명성을 높였다.

회계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노조 인력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감사를 먼저 할 경우 집행부내에서도 더 조심해서 조합비를 사용하지 않겠냐는 것이 지위원장의 생각이다.

"모든 걸 조합원한테 알리는 거죠. 알릴 건 알리면서 마지막 판단은 조합원에게 맡기는 겁니다. 이 집행부가 잘 하는지 못하는지."

현장에서 일어나는 조합원의 불만과 요구사항은 직접 현장에서 듣기도 했다.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가 매주 한번씩 생산현장에 들어가 밤샘 작업을 함께 하면서 조합원의 생생한 얘기를 들었다.

"밤 새워 라면 만들고 나서 아침에 조합원과 함께 해장국 먹으면 조합원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눈인사만 하던 조합원이 직접 찾아와 애로사항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고생은 되지만 그만큼 소득은 있다는 얘기다.

■ "라면은 불우이웃에 최고의 선물"
라면만큼 불우이웃돕기에 좋은 제품이 또 있을까?

농심노조는 라면을 만드는 회사답게(?) 제품을 통해 지역의 시설 등을 다니며 사회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기본이죠. 더 나아가 노조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정신지체 장애인 26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양시 부곡동 '양지의 집'을 집행부 활동비의 일부와 회사측에서 지원받은 라면을 갖고 매달 한번씩 찾고 여성 조합원과 함께 빨래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그것이다.

노조는 또 노조 차원의 활동과 함께 각 생산라인 차원에서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등을 여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올 해 임단협 화두도 역시 고용안정
농심노조는 임단협 투쟁 결의대회를 강당에서 하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매해 되풀이되는 결의대회가 아닌 새로운 각오를 새기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결의대회로 치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해에는 속리산에서, 올해는 임단협 투쟁 결의대회를 6시간 산행 끝에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었다.

"힘들게 한 발자국씩 산을 오르면서 각오를 다지는 겁니다. 여성 간부들조차 한 사람도 낙오없이 모두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모여 겨울 산의 찬바람을 맞으면서 올 임단협 투쟁의 목표를 설정하고 단결을 높이기 위함이다.

노조의 올 임단협 투쟁의 목표는 역시 고용안정이다.

중요한 것은 임금인상 몇퍼센트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느냐, 아님 못다니냐의 문제라고 지 위원장은 말한다.

"지난해에 특별 성과급 포함, 1,100%의 상여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회사를 나간 사람은 그런 것은 소용없거든요. 모든 조합원이 고용불안없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됩니다."

윤춘호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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