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 2월 18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특위」에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360만2,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27.3%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노동부의 주장과 달리 다양한 고용형태별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잘못된 형식논리를 동원하여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노동부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을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비전형근로자로 나누고 서로 중복되는 부분의 인원을 제외한 후 전체 비정규직 규모를 추정했다. 즉, 비정규직을 우선 정의한 다음, 그에 속하지 않는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분류해버린 것이다. '정규직=비(非)비정규직'이라는 기묘하고 파격적인 정의방식이 노동부 주장의 핵심적인 오류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경제활동인구 본 조사의 종사상 지위에 의한 분류 중 근로계약기간 설정이 없고 계속근무가 가능한 임시·일용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이다. 이번 노동부 발표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을 어떻게 은폐하고 있는가에 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통계청이 임시·일용직을 과대 추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들을 대부분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영세사업체 근로자들로 이해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바로 여기서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 발생하는데, 노동부는 임시·일용직이 영세사업체에 많이 분포한다는 점과 영세사업체의 근로조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임시·일용직을 영세사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세사업체의 근로자가 많을 것이라는 추정과 그들이 영세사업체의 정규직이라는 단정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고용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시·일용직 ==>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영세사업체 근로자 ==> 영세사업체의 정규직 근로자' 라는 두 단계의 무모한 비약을 통해 374만명(임시직 313만명 + 일용직 60만명)에 이르는 임시·일용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둔갑시켜 버리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임시·일용직 중 근로계약기간 설정이 없지만 계속근로를 할 수 없는 사유가 자발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것일 때 이를 정규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이다. 노동부는 임시·일용직으로 몇 년간 근무하다가 저임금이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도저히 못 참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는 경우, 이들을 "스스로 원해서 일자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넌센스다. 스스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과 현재 일자리가 안정되어 있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훨씬 타당한 해석이 아닌가? 이 문제 역시 고용상태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노동자의 주관적인 태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판별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끝으로 현재의 경제활동인구 본조사나 부가조사로는 이미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고용계약기간을 정했거나 비자발적·비경제적 이유에 의해 계속근로가 불가능한 비정규직으로 분류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노동부 논리는 고용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 상용·임시·일용 여부를 떠나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노동부는 비정규직 규모를 억지로 축소하기 위해 또다시 통계조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비정규노동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 또한 더욱 높아만 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