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명, 현대캐피탈, 삼성생명, 쌍용화재해상보험 등 30대재벌 소속 8개 금융. 보험사가 불법적으로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등이 주총 무효소송에 나설 경우 법정 시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은 지난 87년부터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금융기관이나 보험사들이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77개 금융. 보험사를 대상으로 계열사에 대한 불법 의결권 행사 여부를 지난 5, 6월에 일제히 조사한 결과 이런 위법사실을 적발했으며 신문공표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재벌소속 금융. 보험사들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3월 계열사인 현대경제연구원 주총에서 보유주식 20%로, 현대생명은 같은 달 기아자동차 주총에서 주식 0.2%로 의결권을 각각행사했다.

현대캐피탈 역시 3월에 기아자동차와 대한알루미늄 주총에서 각각 10%, 5.3%를행사했다.

삼성생명도 호텔신라 7.3%, 삼성코닝 1%, 삼성중공업 4.3%, 삼성경제연구소 29.6% 등의 지분으로 3월 주총의결에 각각 참여했다.

이밖에 ▲쌍용화재해상보험은 쌍용해운 1% ▲한솔캐피탈은 한솔파텍 64%, 한솔포렘 41% ▲동양종합금융은 동량레포츠 10%, 동양카드는 동양레포츠 21%의 의결권을 각각 행사했다.

이번 조사는 재벌들이 고객 예탁자금을 계열사 확장이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차단, 선단식. 문어발식 경영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금융. 보험사에 대해서는 주식처분 명령을 내릴 수도 있으나 사실상 첫 조사인 만큼 시정명령과 함께 신문공표 정도의 처벌에 그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기업의 주총상황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이 출석 70∼80% 지분의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킨 만큼 이번 불법 의결권 행사가 안건의 통과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들이 주총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주총으로 인한 법률적 관계가 이미 적지 않게 형성돼 있는 만큼 법원에서도 무효판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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