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이다.

물론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면서도 노동자의 처지가크게 나빠지지 않고, 오히려 전체 고용이 늘어난다면 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당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하면서도 임금은 절반 정도만 받는 `제3의 신분'이 돼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동부가 18일 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할 자료는 우리나라의비정규직 비중이 34%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통계청의 고용동향조사결과에서는 이 비율이 50%를 넘었다. 갑작스레 그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에서정규직으로 바뀐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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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비정규직을 새롭게 정의하려 하고 있다. 통계청은 비정규직은 임시직과 일용직을합해 산출해왔는데, 새로운 안은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근로자등으로 노동자를 다시 분류해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보자는 것이다. 노동부는 별이견이 없으면 이런 통계수치를 공식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부식 분류방법은 문제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동부의분류법으로 보면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 중 스스로 그만두기를원하지 않는 한 고용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 자는 정규직으로 분류된다”고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류가 고용에 대한 법적 보장 여부가 아닌, 노동자의 주관적 판단에 상당부분 맡겨진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비중의 절대수치는 그렇게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가 필요한 비정규직이 어느정도이고, 어떤 보호정책이 필요하느냐이다. 노동부가 비정규직 기준을 이렇게바꾸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비정규직 비율을 눈가림하려는 목적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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