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는 UN의 핵심적인 전문기구이면서도 각국 정부대표뿐만 아니라 사용자 대표, 노동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논의기구이다.

ILO는 1919년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맹의 창설 등 국제관계를 정리한 베르사유조약에 의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국제연맹의 규약이 베르사유조약의 1편이 됐으며 ILO의 설립은 13편인 노동편에 따른 것이었다.

이 베르사유조약 13편은 ILO의 구성절차 뿐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권, 적정임금, 1일 8시간 근무, 아동노동 금지,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규정돼 있어 국제노동헌장으로 불리운다. 또한 ILO는 1946년 29차 총회에서 이 헌장의 정신을 조직의 지도원리로 삼을 것을 결의했으며 이 헌장에 따라 노동자들의 국제연대조직인 세계노동조합연맹 (World Federation of Trade Unions WFTU),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ILO는 2차대전발발로 국제연맹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게 되자 2차대전 종결과 함께 창설된 국제연합(UN)에서도 핵심적인 전문기구가 됐다. 특히 설립 당시에는 회원 대부분이 노동운동이 발달한 유럽의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었으나 60년대 이후 제3세계 국가들로 회원이 확대되면서 제3세계 국가들의 노동조건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1969년에는 국제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신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ILO의 특징은 대부분 정부가 회원국 대표로 있는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정부, 사용자, 노동자 대표가 모두 정책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ILO의 상설기구인 총회, 이사회, 국제노동사무국에서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진다. 매년 1회 개최되며 국제노동조약과 권고 등이 결정되는 ILO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에는 회원국들이 정부대표 2명, 노동자 및 사용자대표 각 1명씩 4명의 대표를 참석시키게 된다. 또한 5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도 28명의 정부대표와 노사 각각 14명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 노사의 이사회 구성원은 ILO 총회에서 각국의 노사대표들이 별도로 모임을 갖고 선출하게 된다. ILO의 사무국인 국제노동사무국을 이끄는 사무총장은 칠레 출신의 변호사인 후안 소마비아(Juan Somavia)가 99년 총회에서 선출됐다.

ILO의 주요활동은 각국의 노동입법수준을 발전시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노동기준으로 불리는 각종 노동조약들을 맺고 이에 대한 비준을 각국 정부에 촉구한다. 주요협약으로는 강제근로 금지(협약 제29호), 결사의 자유(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제98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금지(제111호), 아동노동 착취 폐지(제138호) 등이 180여개의 조약들이 있으며 이 조약들은 별도의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중 결사의 자유와 단제교섭의 자유 협약은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ILO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자동 동의된 것으로 인정된다. 특히 ILO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등 회원국, 특히 제3세계를 중심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ILO는 기본협약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회원국을 제재할 수 있는데 지난 2000년 총회에서 ILO 창설 이후 최초로 독재정권하에서 강제노동을 자행하는 미얀마에 대해 제제를 결정하고 11월 이사회를 통해 제재조치를 발효시켰다. 그러나 제재 효과가 미비해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 가운데 한국은 총회와 이사회에서 제재안에 기권해 국내외 노동계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1993년 정식으로 ILO에 가입했으며 96년부터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총 180여개의 ILO 협약 중 10여개만 비준해 회원국 평균 37개 OECD 가입국 평균 66개에 비해 비준율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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