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 교육여건개선사업에 맞춰 새학기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여야 하는 사립고들이 학급이 늘어나는데 따라 교사를충원하면서 거의 전원을 강사,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사립고교와 교육당국은 고교생이 매년 감소하는 추세고 학교도 계속 신설되고 있어 불과 2∼3년 뒤면 학교당 학급수가 다시 줄기때문에 정규직 교사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서울에서만 비정규직 교사가 100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어서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며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4일 각 고교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180여개 사립고중 66개 학교가 모두 557개 학급이 늘어나면서 1100명 가량(1학급 증설시 교사 2명 충원 필요) 교사를 새로 채용하고 있지만 정규직으로 뽑는 곳은 거의 없다.

서울 J여고는 새학기에 15개 학급을 증설하면서 교사 33명을 새로 뽑았으나 강사 16명, 기간제 17명 등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학교 관계자는 “어차피 3년 뒤면 고교진학 학생수가 줄어들어 (필요한 교사수가)원상회복되기 때문에 정규교사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개 학급이 늘어 12명을 신규채용하는 Y고는 전원 시간강사로 충원한다는 방침 아래 채용공고를 냈고, B고는 6개 학급이 늘어나 강사 3명과 기간제 교사 8명을 뽑았다.S고(20명) D여고(10명) K고(24명) 등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서울시내 15개 사립고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충원하고 있었으며 정규직을 뽑는 학교는 한곳도 없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423개 학급이 늘어나는 공립고교에는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늘려 정규직으로 충원했지만 사립고교는 거의 전원 기간제나 강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공립은 2∼3년 뒤 남는 교사를 신설학교로 보내면 되지만 사립은 해고할 수밖에 없어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측은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사가 이처럼 대폭 늘어날 경우 한시적이라지만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없는데다 사학재단의 교사 통제가 강화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사립위원회 변성호 교사는 “사립학교는 기존에도 법정 교사정원도 채우지 않은 채 강사를 채용해왔고, 선택교과제인7차 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면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며 “전국에서 실태조사를 한 뒤 올 단체교섭 등을 통해 비정규직 채용확대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강사, 기간제 교사 채용 확대에 따른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D고 교사는 “공립고교 교사 선발인원이 지난해보다 3∼4배 늘어나면서 우수한 교원 인력은 대부분 공립학교에 채용되고 있다”며 “이에 다라 비정규직을 뽑는 사립에서는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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