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소위에서는 해외 노동관계 정보수집인프라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건의안을 심의·의결했다.

국제기준과 규범에 걸맞는 노동제도로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국내 노사정 당사자들간에 정확한 정보공유에 바탕을 둔 합리적 활동을 촉진시키고자 함이다.

우리 노사관계의 특수성보다는 국제적인 기준과 평가가 중요해지는 최근 국제상황은 단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영미형 규범의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권리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유럽형 규범도 국제적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동기본권 준수여부와 관련해서 OECD와 ILO의 관찰과 권고 대상국으로 남아있고, EU의 경제통합 심화와 발맞추어 유럽 내에서 보편적인 사회권을 국제수준에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에 잘못 대응하면 국제자본이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국제기구들이 요구하는 노동권 준수라는 이중적 요구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샌드위치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는 상대적으로 피동적인 입장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국제규범에 이끌려 왔다. 우리경제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동관련 국제동향과 정보는 심각하게 고려될 여지가 적었다. 명백한 단일규범으로써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 됐고 우리 내부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너무 과도하거나 또는 느리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노동기본권 문제가 제기되면 구조조정과 우리의 특수성으로 인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화했다. 우리 내부의 구조조정도 경제 위기극복과 함께 상시적 성격으로 변화했고 따라서 구조조정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상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기에 국제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유보할 수 있는 특별한 근거를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유보적 입장이 아니라 향후 명확한 실천프로그램이다.

우리 노동관련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국제기준과 동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나아가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상황인식을 관련당사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중요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기본권 준수가 중요하다는 정보를 수시로, 편의대로 국내에서 수용하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합리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힘들다.

이제 우리도 해외노동관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입수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강대국들이 전하는 일면적 정보가 아니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강소국들이 경험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강소국들은 어떻게 사회권과 시장경제를 조화하고 있는지, 사회적 협의를 통한 경제개혁에 성공했는지 사례연구가 아닌 실행할 수 있는 정보의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해외 정보는 단지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 명시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만이 아니라 우리가 찾지 않으면 누구도 명시적으로 얘기해주지 않는 정보까지 포함해야 한다.

국제규범에 맞추어 우리의 노동관련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관련 정보는 때로는 너무 다양해서 문제가 되고 때로는 너무 암묵적이어서 문제가 된다. 모든 일차적, 이차적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상황을 공유하는 인프라가 있어야 노사정간의 협력방안이 실질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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