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만 임금을 올리는데 반발해 올 새해벽두 시작돼 2일씩 3차에 걸쳐 파업을 진행해온
영국 남서철도차량노조 파업은 영국각지의 철도노조에 영향을 미치며 확산돼 왔다.
오는 12일∼13일 4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철도파업의 확산 배경을 집중 취재했다.


1994년 10월15일 Kent지역에서 열차충돌. 승객 2명 사망, 수십명 부상
1996년 8월8일 Watford South 교차점에서 열차충돌. 1명 사망, 69명 부상
1998년 4월29일 Watford South 지역에서 화물차량과 열차충돌. 수많은 사상자 발생
2000년 10월17일 Hatfield지역에서 탈선. 사망 4명 포함, 67명 사상자 발생

■대처수상의 철도민영화 정책…철도노동자 2만5,000명의 실직
대처수상은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국가투자기관에 대한 민영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였다. 심지어 정부행정 업무에서도 민간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마저 민간위탁 사업으로 전환하여 그야말로 돈이 되는 정부기관과 사업, 업무를 무차별적으로 민간기업에 이양시켰다. 이러한 추세에 의해 영국철도(British Railway)가 민영화된 것은 1994년도였다. 따라서 25개의 철도운영회사(OTCs)와 1개의 신호통제회사(SCC), 75여개의 차량 및 철로보수유지회사가 영국철도의 운영을 맡고 있다. 이들 100여개의 민간회사들은 업무성격에 따라 하청, 재하청을 주고 있어 철도산업에 관련 민간업자는 300~4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열차운행, 철로보수, 그리고 신호통제체제 등으로 구분되는 사업들은 주주참여 방식으로 민간에 매각되었다. 요금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는 범주내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제하였다. 민영화를 추진하기 1~2년 전부터 실시한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2만5,000여명의 철도노동자가 실직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전국철도해상교통노조
민영화직후 철도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11만5,000명 정도였으며, 전국철도해상교통노조(National Union of Rail, Maritime, and Transport Workers:RMT)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68,000명 정도였다. 런던지하철, 버스, 화물차량, 해상선적 등 육로와 해상교통 부문을 조직하고 있는 전국철도해상교통노조의 2001년도 조합원 수는 약 5만5,037명(남성 5만0,341명, 여성 4,696명)이다. 이중 철도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조합원 수는 약 4만명(기관사 조합원 1만6,471명 포함)이다. 4만명의 철도조합원 중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영국의 철도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시설 노후화와 관리 부족으로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회사는 시설에 대한 재투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이윤을 빼돌리기에 급급하고 시설보수를 소홀히 하여 사고위험은 항상 상존해 있다. 민간업자간의 이해다툼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도 업무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사고에 대한 민간기업간의 책임회피와 상호 비난으로 불신이 깊어져 있어 장기적인 철도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민영화이후 수많은 열차사고는 민간기업의 경영부실, 안전장치부재, 정부의 정책 효율성 미흡 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민영화 이후 급증하는 영국 철도사고 및 재해 는 PDF보기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잇따른 영국 철도노조들의 파업
영국 철도산업 노조의 파업과 쟁의는 한마디로 정책부재, 경영부실, 기술적 결함, 투자부재, 노동자의 불만 등 민영화 이후 나타난 총체적인 부정적 영향이라 볼수 있다.

2002년도 새해 벽두에 시작된 남서철도차량노조(South West Rails Trade Union)의 파업은 영국의 노동조합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회사측이 금년도 기관사에 한해서 7%의 임금인상에 합의하고 기관사외 노동자에 대해서는 3.4%의 임금인상을 제시하자 “2등 노동자로 대접받을 수 없다”며 차별대우에 반발, 파업에 돌입했다. 기관사와 동일한 임금인상, 즉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며 조합원 70%이상이 파업에 찬성했다.

파업은 48시간씩 3차에 걸쳐 총 6일간 진행되었다. 1차는 1월3일~4일, 2차는 1월7일~8일, 3차는 1월28일~29일에 진행됐으며, 차별대우 철폐와 동일 임금인상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파업에는 남서철도차량노조 조합원 2,000명(663명의 차량승무원 포함)과 인근지역의 2개 노조 조합원 1,0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하여 총 3,000여명이 참가했다. 중재위원회(ACAS)의 중재로 한차례(1월24일~25일) 파업이 연기되기도 했으나, 사용자측이 노조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돼 2월12일~13일 사이 48시간 4차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연말연시에 버진차량노조(Virgin Trains)가 회사의 구조조정에 반대하여 12월23일~24일, 12월31일~1월1일 사이 각각 24시간 파업을 전개한 바 있다. 또한 금년도 몇 개의 철도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에 즈음하여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민영화이후 노사갈등이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증거들일 것이다.

철도노조는 단체협약체결시 산별노조가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100여개가 넘는 기업의 영업이나 경영상태의 차이가 커 단위사업장별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철도이용률이 2001년도 0.3%가량 증가함에 따라 일부 노선의 기관사가 증원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철도산업의 노동력 부족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철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철로 보수유지 노동자나 기차표매매 요원의 보수보다는 기관사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으나 이는 시간외근로에 따른 추가임금을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도산업에 있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있어 표준은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의 경우 평균 일일 8∼12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과근로에 대해서도 회사의 사정에 따라 지급받는 곳과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노사관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민영화 이후…"최악의 상태"
민영화 이후의 철도산업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전국철도해상교통노조의 간부는 한마디로 “최악의 상태(terrible situations)”라고 잘라 말한다.
그 증거로 복지축소를 들었다. 심지어 경비절감을 명분으로 화장실이나 승무원의 휴게시설을 축소하거나 폐쇄하였다. 그리고 서비스 질 하락을 지적한다. 열차내부의 청결성이 떨어지고 노후차량 교체 지연, 심지어는 차창밖의 미관관리 소홀로 철로주변에 잡초가 무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철도 이용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강화와 재정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한 영국철도의 미래는 전망이 어둡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전국철도해상교통노조는 철도산업 국영화를 지속적으로 재청하고 있다. 또한 철도산업 민영화이후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한 영국 상원의회 '환경, 교통, 지방위원회'는 1998년 3월 보고서에서 전략철도청 설립과 철도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정부도 같은 해 7월 신교통정책(New Deal for Transport)을 발표하고 서비스 질 향상, 안전 제일, 투자확대를 초점으로 한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영국정부의 철도민영화 실패에 따른 정책전환은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우리 정부관계자가 되새겨야 봐야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산업 민영화 정책은 철도 노동자의 생존권, 국민의 안전과 기간산업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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