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는 존속돼야 한다.
출범 이후 4년 동안 노사정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지금은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접어야 할 때다.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논쟁보다는 지금까지의 운영 경험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노사정위를 어떻게 개혁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관련자료 보기

노사정위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민 모두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노사정위조차 없다면 노사정간 심도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사정위가 근로시간 단축 등 어려운 난제에 대한 합의를 지연시키면서 극단적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노사정위 운영상의 문제점을 들어 그런 주장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이 내세우는 운영상의 문제점은 노사정위가 세세한 부분까지 합의하려는 과욕을 부려왔고, 노사균형 감각이 미흡해 어느 일방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기 일쑤며, 의사결정 구조가 경직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해당사자의 참여 배제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급속한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몸에 밴 조급증에 다시 한번 빠진 것이 아닌지를 냉철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운영상의 문제들에 대한 개선 방안은 노동개혁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노사정위 폐지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먼저 노사정위가 사회합의기구인지 협의기구인지에 대한 혼돈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있다.

노사정위는 노사정간 현안에 대해 합의를 지향해야지, 협의만 해서는 위상을 세워나갈 수 없다. 의결을 다수결로 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노사정위 존립을 위협하는 발상이다. 가입탈퇴가 참여 주체의 자유 의사에 맡겨지는 노사정위가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곧 붕괴될 것이다.

노사정위 해체와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또다른 불만은 노사정 어느 일방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이해다툼을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하여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모색하는 사회합의기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사정위는 4년간 대외 신인도 제고와 사회안정을 확고히 해 IMF 관리체제를 탈피하는 데 공헌했다. 지금까지의 노사정위는 제1단계 위기관리체제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예컨대 2·6 사회협약에서 체결된 정리해고 조항,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5년 유예,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방안 등이 그것이다.

물론 노사정위도 개혁할 점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노사정위의 존재가치를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노사정위는 노사자율 원칙에 위배되고 자유경제원리에 반한다는 시각을 고집할 경우 개혁은커녕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돼 어렵게 만들어진 기구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 4년간의 공과에 얽매이지 말고 외국의 경우 이런 기구를 수십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