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1951년 노사정 합의에 의해 ‘사회계약’ 을 체결했다.
근로자 임금을 2년간 동결하는 대신 정부는 물가 인상을 자제하고 공공지출을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체결된 지 4년 만에 당시 페론 대통령이 파라과이로 도피하는 비극적 결말을 낳고 말았다.

노사정 합의에 의한 사회계약이 이런 결과를 빚은 원인을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특유의 노정(노정)관계에서 찾는다. 원래 아르헨티나는 1870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세계 10위권 이내에 드는 경제강국이었다.

그러나 페론이 노조의 도움을 받아 대선에 승리한 뒤 상황은 일변했다. 페론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잇달아 허용했고, 그 결과는 생산성 저하, 극심한 인플레, 수출 악화의 악순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맺어진 ‘사회계약’ 은 지켜지지 못할 약속에 불과했다. 임금 인상에 익숙해있던 노조는 이를 견디지 못했고 이는 결국 잇따른 폭동, 경제악화로 이어지며 정권 붕괴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노사자율 대신 취한 노정담합 노선의 폐해는 컸다. 지난 89년 아르헨티나의 1인당 GNP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 지난해에는 국가부도사태까지 맞았다.

82년 외채 위기, 94년 외환위기를 겪은 멕시코도 한때 ‘노사정 합의’ 의 모델국가로 불렸었다. 94년부터 매년 환율, 국가재정, 물가, 임금, 대외무역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직후 합의는 경제 각 주체에 의해 무시됐고 멕시코 경제는 또다시 암울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른 경제개혁과 합의에 따른 노동 통제라는 상충된 경제논리를 억지로 꿰맞췄기 때문이다.

노사정 합의 모델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네덜란드가 꼽힌다. 네덜란드의 특징은 정부가 노사 자율 협상을 존중, 최대한 개입을 자제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노사공익대표로 구성된 사회경제협의회는 자율 대화 원칙을 고수, 82년 ‘바세르나르협약’ 을 도출해냈다. 그 골자는 고용상황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경제성장의 회복, 물가안정,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개선 등 국가경쟁력 제고에 힘쓰자는 것. 이후 84년부터 97년까지 네덜란드의 노동비용은 13년 동안 오히려 1%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비용 상승은 각각 30%와 40%에 달했다.

네덜란드 못지 않게 성공적인 사회협약을 맺은 나라로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등이 꼽힌다. 이들 국가는 사회협약을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뤘으며 대부분 의회민주주의 발달로 자율 문화가 정착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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