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의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인 서울 D대 경영학과 4학년 김모씨(26)의 하루 일과.

방학을 맞은 김씨는 오전 7시 학교 도서관에 도착해 자리만 잡아놓은 뒤 바로 전산실로 달려간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살펴보는 것은 이름을 등록했거나 평소 정보를 즐겨 얻던 취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 6곳.

부지런히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니며 새로 올라온 채용공고를 살펴본다. 수천개의 벤처기업이 수시로 2, 3명 단위의 ‘초미니 채용공고’를 내기 때문에 언제 자신이 원하는 이벤트 기획 분야의 일자리가 나 있을지 몰라 매일 ‘눈에 불을 켜고’ 살펴야 한다.

다음으로 살피는 것은 대기업 채용공고. 매년 한두 차례씩 졸업 시즌에 맞춰 대규모 그룹공채를 실시하던 대기업들이 올해에는 계열사별로 뽑는 수시 채용으로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그 기업 홈페이지도 항상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대규모 그룹공채 시절에는 취업 준비를 하는 모든 학생이 취업정보를 거의 다 공유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림없죠. 수시 채용에 벤처까지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원하는 일자리가 났는데도 몰라서 놓치기 일쑤죠. ”

E메일도 매일 살펴본다. 10곳이 넘는 사이트에 자신이 희망하는 직종을 올려놨기 때문에 언제 자신을 원하는 회사에서 답신이 왔을지 모르기 때문.

오전에 주로 신문을 보고 자신의 전공분야인 통계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를 하다가 오후에 또 인터넷을 뒤적인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학교 취업정보실에 들른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공부는 주로 컴퓨터와 영어회화에 집중돼 있죠.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보다 정보를 찾는 시간이 더 많아요. 도서관에는 공부보다 취업 준비하는 동기들을 만나 정보를 나누기 위해 가는 거예요. ”

김씨는 “졸업반 학생들은 대부분 정보사냥꾼이 다 되어간다”며 “4학년들 사이에서는 ‘취업전쟁은 곧 정보전쟁’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천개 벤처기업의 등장, 그리고 대기업 채용방식의 변화가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전공과 일반상식, 그리고 독해 위주의 영어를 달달 외우듯이 공부하던 과거의 방식은 거의 사라졌다.

공부는 주로 컴퓨터나 영어회화 그리고 면접 준비에 치중하면서 정보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들의 정보는 “어느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원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회사의 장래성은 어느 정도인지, 3년 뒤 혹은 5년 뒤 받을 수 있는 연봉은 얼마인지 등은 물론 사장 및 간부들의 성향이나 분위기까지 정보수집의 대상이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채용 규모가 10명 이하로 줄어들고 대신 각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뽑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인재상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취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이미 대학가에는 취업 정보만의 공유를 위한 모임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같은 정보 얻기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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