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년부터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민영화 추진방향과 향후 일정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그 동안 공적자금 투입금융기관의 매각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의 개선을 기대할만한 내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감으로 평가된다.

은행 민영화정책은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로 34조원, 총액으로는85조원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정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또 은행 민영화의 추진방식과 일정은 시장주도 경제운영시스템의 구조와 구축속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두 가지 목표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영화 일정을 시장여건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시장주도 경제운영시스템의 틀을 구축하여 경제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는 민영화를 최대한 앞당기는 정책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정부가 갖고있는 은행주식의 시장가치가 극대화되기 이전에 민영화를 서두는 정책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금융을 비롯하여 조흥·서울은행 등의 매각에 있어 단계적으로 매각물량을 조정함으로써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가치극대화를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민영화 일정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그간 민영화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의 개선에 관하여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도 매각협상은 시장규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가 매각협상에서 보여준 행태는 시장을 실망시켜 왔다. 특히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공적자금관리위원회·예금보험공사의 발표나 발언은 어떤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시장을 혼란시켜 왔다. 이런 점에서 매각주체와 절차를 분명히 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또 1년 반을 끌다가 무산된 현대투신증권의 매각실패 사례가 시사하는바와 같이 정부의 매각조건의 원칙을 분명히 시장에 천명함으로써 매각조건을 둘러 싼 시비와 혼선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은행 민영화는 이제 시작인 만큼 정부는 민영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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