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의 한 가구공장에서 9개국의 외국인 노동자 1백여명이 3억여원의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나흘동안 파업농성을 벌였다.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항의하는 농성이 두어차례 있었으나 사업장에서 대규모로 집단파업을 일으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이들의 인권 문제가 해당국은 물론 세계의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 한 민간단체가 펴낸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를 보면 이들이 국내에서 당하는 인권침해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약간 넘어서는 저임금, 주당 평균 64.1시간이라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상습적인 임금체불, 이탈 방지를 위한 기숙사 내 감금과 신분증 압류, 온갖 욕설과 구타, 성폭행, 인종적 편견 등이 이른 바 `코리언 드림'의 실체이다. 이런 문제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편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연수생 신분의 이들에게 노동관련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들은 월 70-80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지정 사업장을 이탈한다. 당국은 사실상 이를 묵인한 채 이탈한 수만큼 연수생을 추가 도입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16만7천명 가운데 3만4천명이 이탈했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외국인 노동자35만명 가운데 22만명이 불법체류자로 국내 노동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2년전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부는 이견을 보이고있는 부처간 협의를 하루속히 마무리지어 노동부가 추진하려는 고용허가제를 채택해야 한다. 월드컵 기간에 노숙자를 격리하려는 치졸한 발상을 하는 것보다`외국인 노동자 인권탄압국가'라는 비난을 면하는 일이 훨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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