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7번째로 길다. OECD 국가 가운데는 단연 1위이다. 경제수준은 세계 13위를 자랑하면서 노동시간은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절실하다.

주5일 근무제는 오래 전에 국제적 추세로 자리잡았다. 선진국들은 이미 70년대 이전에 이를 실시했다. 이들 나라들은 이제 주30시간대의 노동시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일본도 90년대 중반에 이를 도입했다. 이제 OECD 국가 가운데는 오로지 우리나라만 남았다.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은 법정노동시간의 단축은 실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없으며,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초과노동 할증률을 내리고, 휴일 휴가를 모두 쓰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실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제로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었던 89년 이후 3년 동안 실노동시간은 평상시에 비해서 3-4배나 줄었다. 더욱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여 토요일을 아예 주휴일로 한다면 토요일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던 89년보다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은 뻔한 이치이다. 특히 노동조합 조직률이 12%에 불과하고, 기업별 노동조합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정노동시간 단축으로 실노동시간 단축의 물꼬를 트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협약에만 맡겨 둔다면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나 비정규,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은 또한 초과노동 할증률을 인하해서 노동자들의 잔업 욕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주장은 명백한 책임 떠넘기기이다. 초과근로나 휴일근로의 주도권은 엄연히 사용주에게 있다. 회사의 눈치를 보아 어쩔 수 없이 초과근로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장시간 노동을 줄여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오히려 초과노동 할증율을 늘여, 사용자가 초과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일본도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때 할증률을 인상한 바 있다.

경총이 주장하는 휴일, 휴가 완전 소진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이 애타게 바라는 바다. 그러나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이다. 휴일 휴가 수당 없이도 생활이 유지되도록 임금이 현실화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휴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 서구 유럽처럼 연 4-6주의 연속휴가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용주에 의한 강제 휴일 노동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연차휴가의 부여 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자들이 청구하는 휴가에 대해 이를 철저히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초과노동시간을 제한하고 △ 연속휴가의 도입 등 휴일·휴가를 확대하고 △ 영업시간 및 휴일 영업을 제한하고 △ 정부도 주5일 수업제, 관공서 토요 휴무 등을 앞장서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함께 시행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절실하다.

발문

노동시간 단축을 협약에만 맡겨 둔다면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나 비정규,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오히려 초과노동 할증율을 늘여, 사용자가 초과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주진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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