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담당하는 애니메이터들의 근로자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예손애니메이션스튜디오(사장 박경자)에서 근무하다 지난 2월 퇴직한 손아무개씨 등 애니메이터 10명은 "1년간 근무해왔음에도 회사측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노동부에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는 진정을 했다. 이에 노동부는 "진정인 애니메이터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며 7월 3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퇴직금지급 명령서'를 이 회사에 제시했으나, 회사측은 "관행상 애니메이터들은 어떠한 근로계약도 맺은 바 없다"며 이를 거부한 것.

이 과정에서 지난 21일 문제가 발생했다. 이 회사 애니메이터인 정아무개씨에 따르면 회사측이 근무하는 애니메이터 300여명의 애니메이터들에게 '용역계약서'를 들이밀며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 정씨는 "퇴사자들의 퇴직금 진정 때문에 이걸 받아야 한다"며 "밖으로 연락도 취하지 못하게 한채 서명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애니메이션노조(위원장 유재운)는 "퇴직금 진정과 관련 노동부는 분명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인정했는데도, 회사는 개인사업자 운운하며 퇴직금 미지급, 물리적으로 서명을 강제했다"며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부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노동부 근로기준과의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회사는 중간관리자의 채용하고, 그의 지휘하에 작업이 일년단위로 진행됐고, 징계도 있었다"며 "중간에 용역계약 등의 서명이 있었더라도 사실관계를 따졌을 때 엄연히 이들은 근로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손측은 노동부의 이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법정다툼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터들은 국세청에 사업소득세만 지급하는 등 개인사업자"라며 "서명은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는 그간의 여러 관행들에 대해 확인서를 받아두는 정도였다"며 노동부 해석을 인정할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이번 다툼은 그동안 근로계약을 하지 않고 퇴직금을 한차례도 지급한 적이 없었던 애니메이션 업체의 관행이 전면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부분에서 향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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