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과 신세대 대학생들의 다양한 관심 등의 여파로 올해 대학가의 졸업식에서는 3가지 전공을 동시에 이수한 이른바‘3관(冠) 학사’ 가 대거 배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8∼10학기 동안 3개의 전공을 이수하는 다(太)전공제는 지난 1996년 일부대학에 도입된 이래 호응이 미미했으나, 올해 3개 전공이수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극심한 취업난을 뚫으려는 학생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분석된다. 특히 3중 전공을 신청하는 재학생들도 증가세에 있어 3관학사는 대학가의 한 경향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동국대에 따르면 2월 졸업예정자 가운데 3개의 학사모를 동시에 쓰게 되는 학생은 117명에 이를 전망이다. 서강대는 12명, 성균관대는 8명, 이화여대, 한양대가 각각 6명, 경희대는 2명의 3관 학사 배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대는 2000학년도에 모두 50명이 3중 전공 이수를 신청하는 등 재학생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3관 학사 예정자들은 대부분 취업에 유리한 분야를 제2, 3 전공으로 선택했다. 성균관대 3관 학사 예정자 8명 가운데 상대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영문학과 경영학을 제2, 3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은 한문교육학과 최정윤(여·23)씨 등 7명에 이른다.

경희대를 졸업하는 김정식(26)씨는 본 전공인 지리학외에 호텔경영학, 관광경영학과 학사학위까지 따놓았다. 그는 “1개 전공 필수학점이 줄어들어 3개 학위 취득이 가능해졌다”며 “복수전공(2개 전공 이수)은 이제 옛이야기”라고 말했다.

3관 학사 예정자중에는 인문·자연계를 넘나드는 ‘교차선택’ 전공자도 적지 않다. 자연계열 학생이 경영학을, 인문계열 학생이 컴퓨터공학을 동시전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서강대 생명과학부 추경진(26)씨는 경영학과 심리학을, 성균관대 금속재료공학부 구준교(26)씨는 산업심리학과 경영학을 교차 선택해 3관 학사가 된다.

성균관대 김혁 교무처장은 “3중 전공은 취업난에 대비한 학생들의 자구책”이라며 “한편으로는 최근 몇년 동안 시행해온 학부제하의 다전공제가 비로소 정착됐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김처장은 또 “취업을 준비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전공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영역을 넓혀가려는 신세대 학생들의 이같은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