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의 D대학 인문학부를 졸업한 김모(29)씨.
최근 6개월 과정의요리학원에 등록, 각종 요리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졸업 후 3년 가까이 50번 이상 취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요리사로 취업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김씨는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취업의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미련을 접었다”며 “아예 미국에 살면서 알아주는 요리사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의 전문대인 혜천대 관광계열 졸업 예정자 13명도 일본 나가사키현의 세계적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숲속의 집)’ 에 일자리를 얻어 지난해출국, 2개월간의 수습과정을 밟고 있다. 수습이 끝나면 이들은 이곳에서 장기취업할 계획이다.

끝간 데 없어 보이는 청년 실업난 속에 이국 땅에서 취업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봉급을 받을 수 있고 해외에서의 경험이 귀국 후 큰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때 처럼 인재들의 해외유출이 가속화돼 산업인력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해외진출 현황
국내인력의 해외취업 알선, 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는 해외취업에 관한 문의와 상담이 올들어 하루 20여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대졸자를 대상으로 개설한 6개월짜리 IT(정보통신)훈련 과정을 수료한 318명 중 70%인 224명이 일본 취업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도별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산업인력공단을 통한 해외취업 건수(실제 출국자 기준)는 1998년 13명에서 지난해에는 213명으로 늘어났다.

공단 관계자는 “IT관련 기술 소유자는 국내에서도 취업이 어렵지 않지만 국내 IT인력의 초봉이 1,800만원 내외인 반면 일본에서는 최소 3,000만원정도”라며 “경력을 쌓으려는 욕구까지 겹쳐 급증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제점ㆍ대책은
의료인력 등의 진출도 눈에 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인력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면서 2000년에 104명, 지난해에는 79명의 간호사와 의료기술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진출했다.

봉급 수준은 미화 1,200~1,626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다소 많거나 거의 비슷하지만 왕복항공권과 숙식 제공으로 지출이 거의 없어 목돈을 마련하려는 미혼의 간호사와 의료기술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해외취업은 아직도 ‘하늘의 별따기’ 다. 해외 구인업체 대부분이IT분야 3년이상 경력자나 영어회화가 가능한 특정분야의 기술인력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 매년 2만3,000명 내외가 취업 목적으로 출국하지만 제대로 된 해외취업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팀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 없이 막연히 ‘일자리가 있겠지’ 하고 해외로 갔다 건설노동자 등으로 불법취업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차원에서 해외취업 인력을 양성, 진출시키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