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체에 「인력감축」 태풍이 예보되고 있다.

상당수 은행들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대량 인력감축을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고, 이미 합병한 은행들은 그동안 미뤄둔 인력 구조조정을 올해 단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합병 움직임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은행권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제일·서울은행에 대량 감원 요구 = 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신한·한미 등 우량은행은 상대은행에 「합병 전 대량 감원」을 합병 전제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일은행과 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은행은 『현재 인력의 30%를 감원해야 합병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제일은행에 전달한 상태다. 현재 제일은행 직원은 4500명 수준. 이 중 1300여명을 줄여야 합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제일은행의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근거는 제일은행의 직원 1인당 자산 규모(신탁 제외·56억원 수준)가 하나은행의 1인당 자산 규모(128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현재 인력 감축 문제는 두 은행의 가치 산정 문제와 함께 합병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한 상태다.

서울은행 역시 자산 규모에 비해 많은 인력을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한미은행 등은 9일 『인력을 큰 폭으로 줄이지 않으면 서울은행을 인수, 합병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은행 최대주주인 정부는 서울은행을 국내 우량은행에 합병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신한·한미은행 등에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신한은행의 생산성(직원 1인당 자산 규모)을 유지하려면 서울은행이 2100여명의 인력을 감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은행 임직원들은 인력 감축을 우려해 「독자생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우량은행 합병 방안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 국민·한빛·경남·광주은행도 인력 구조조정 착수 = 작년 11월 합병한 국민은행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착수한다. 국민은행은 합병 후 조직안정을 위해 인력조정을 미뤄왔다. 금융권에선 점포와 전산망 통합이 완료되는 오는 9월부터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국민은행의 직원은 무려 2만3000명에 달한다. 비교적 많은 인력이 필요한 소매금융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직원당 자산 관리 규모가 다른 우량은행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점포망 통합이 완료되면, 우선 안식년제 도입을 통해 1000~2000명의 인력 감축 효과를 거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국민은행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비교적 큰 규모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도 오는 3월부터 한빛·경남·광주은행의 기능과 인력을 전면 재편할 예정이다. 이들 3개 은행 역시 여전히 인력 대비 낮은 자산 규모와 수익성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인 경남·광주은행의 직원당 자산규모를 한빛은행 수준(70억원)에 맞추려면, 1000명 수준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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