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잃어버린 권리를 찾고 싶습니다. ”

28개월이나 밀린 임금을 돌려 받기위해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승우(李承雨ㆍ28)씨의 새해 소망은 남다르다.

“요행이나 운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만 돌려받고 싶을 뿐입니다. ”

1998년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취업 문제로 고심하던 이씨는 뜻하지 않게그해 10월 소규모 건축설계업체에 취직이 됐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생각에 묵묵히 일만 했습니다. 매일 밤11시까지 이어지는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

그러나 이씨가 고용주와의 근로계약은고사하고 월급에 대한 얘기 한마디없이 일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씨는 취직 첫 달부터 월급을 받지못했다.

결국 지난해 1월 첫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손에 쥘 수 있었던 돈은 300만원(2000년 인턴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한 정부보조금 6개월치)이고작이었다.

이씨에게 남은 것은1,600만원이나 되는 카드 빚과 사회 생활에 시달려 몸과 마음에 난 생채기뿐이었다.

이씨의 체불 임금은 1,800여만원. 고용주가 정부 보조를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로 책정했던 기본급 80만원을 환산한 액수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았던 야근에 대한 보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씨는 이 일을 겪은 뒤 자연스럽게노동조합 일을 거들게 됐다. 최근에는서울 경기지역 설계노조연맹 사무차장을 맡아 체임근로자를 위해 노동사무소와 법원 등을 오가며 ‘잃어버린 권리 찾기’ 에 매진하고 있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보다는 적당한 합의를 원합니다. 사회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서류를 들고 하루종일 여기저기 시간을 뺏기다 보면 기진맥진 해지기 때문이죠. ”

현재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있는 이씨는 부모님께 가끔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죄스럽기만 하다. 결혼 계획도 3년 후로 미룬 상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정당한 제 몫을 찾을겁니다”라고 말하는 이씨의 새해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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