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2차 빅뱅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하나-제일은행이 깊숙한 합병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데 이어 신한과 한미은행도 살아남기 위한 합병을 검토, 이들이 성사될 경우 은행권은 통합 국민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을포함한 4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이들의 ‘자발적합병’ 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각 은행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합병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걸림돌이 곳곳에 널려 있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섣불리 합병을 추진하다 중단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해 있다.

최근 급부상한 신한-한미은행 합병의 경우 두 은행의 입장이 상이하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킨 지 이제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지주회사의 시스템 정착에 주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년 2월까진 제주은행을 지주회사에 편입해야 하고 BNP파리바 등과 2, 3개의 합작금융회사도 신설해야 한다. 한미의 대주주인 칼라일 측이 제시하는 높은가격도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제일은행의 경우 하나은행이 제일은행의 1인당 생산성 문제 등을감안해 30% 이상의 인력감축을 요구,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하나은행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6.6년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짧은 반면 제일은행은 14.77년으로 가장 길다. 1인당 평균 급여도 하나가 2900만원인 데 비해 제일은 3320만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제일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 이익도 5300만원으로 하나은행 2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예수금도 제일은행은 38억원으로 하나은행의 109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영업점당 생산성(예수금)도 제일은행이 533억원인 반면 하나은행은 1260억원으로 배가 넘어 구체적인 합병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시중은행의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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