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저만치서 동터오고 있다.

그러나 새 세기의 첫해동안 `다사다난'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일어난 국내외의 엄청난 사건들 때문에 시달렸던 우리 민초들 가운데 다가오는 새해에 `희망찬'이란 관형어를 붙일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새해 교문을 나서 자신의 생업을 찾아야하는 젊은이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일반 실업률의 2배 가까이 되고, 올 대학 졸업생의 순수취업률이25%를 밑돈다는 암담한 보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청년실업의 심각함을 고려해 17일 공무원 신규채용을 50%늘이고 대졸자 인턴제를 확대하는 등 무려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청년실업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서로 다른 평가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안 속에는 현재 우리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 실업대책을 연결시키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교육여건개선계획에 따라 2003년까지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각급학교에서는 부족한 교실을 늘리기 위한 공사가 일제히 진행되고 있고 부족한 초등학교 교사를 메우기 위해서는 교대에서 일정학점을 이수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런 정책들이 교실 증축공사의 부실에 대한 우려와 교대생 등 관련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점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가 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하고있지만 현재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교육여건개선사업의 무리없는 시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중반 30%에 육박하던 청년실업 때문에 고민하던 프랑스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등 실업대책을 내놓으면서 그 가운데 학교의 보조교사나 사무보조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당시 프랑스 학교에서도 투구를 쓰고 가르치는 교사의 모습을 그린 만화가 나올 정도로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했고 교사들은 과중한 잡무부담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보조교사와 사무보조원의 증원은 교육현장의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 어느 정도 잡무에서 해방된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학생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간 청년보조교사들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학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됐다. 실업률 하락에도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프랑스의 이런 사례는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료학생들의 폭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초등학생의 사례나 간헐적으로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왕따문제 등처럼 선생님들의 손길이 미쳤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면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조교사제를 활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무리한 목표 시한을 맞추기 위해 교실 증축이나 교사 증원을 서두르지 않아도 같은 정도의 교육여건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보조교사제는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주장하며 중등교사의 초등교원 임용에 반대하는 교대생이나 초등교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도 될 수 있다.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교대에서 학점을 이수하게 하는 대신 보조교사로 임용해 일정기간현장에서 실습을 하게 한 뒤 초등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정교사로 임용한다면 전문성 논란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보조교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와 미국 등지의 사례를 검토해 우리에게도 적용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