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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신노동조합주의와 한국에 대한 함의연말 특집 ② 특집기고논문
  • 정영태 인하대학교 사
  • 승인 2001.12.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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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영국 노동조합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열린 12월1일 열린 '2001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영국노조의 사회적 파트너 쉽과 같은 노사협조주의가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을 끌은 바 있다. 이날 발제를 했던 인하대학교 정영태 교수가 구두로 발표했던 이날 발제문을 논문으로 정리해 본지에 보내왔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안식년 휴가기간 영국의 노동운동을 연구하고 온 정교수의 논문은 한국 노동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축약 게재한다. 전문은 인터넷 매일노동뉴스(www.labornews.co.kr) 정책자료실에 올릴 예정이다.

1. 신노동조합주의의 등장 배경


2차대전 이후 1970년대 말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영국의 노동조합운동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반영구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 생략 -

영국의 노동운동은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 말까지 큰 기복없이 성장했으며, 엄청난 사회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면, 이처럼 막강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영국 노동운동과 그 배후에 있는 노사관계의 특징은 무엇인가?

영국의 전통적인 노사관계가 갖는 첫 번째 특징은 국가의 개입 없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서 결정해 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성문법은커녕 산업별 또는 부문별 단체협약도 없이 단위사업장의 노와 사가 자율적으로 교섭, 합의해 왔다. 교섭 당시의 노사를 규정하는 것은 이전에 확립된 관습이나 관행뿐이다. 이러한 노사관계제도를 흔히들 자유교섭주의(free collective bargaining) 또는 노사자율주의(voluntarism)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이러한 노사자율적인 노사관계제도 하에서는 노동자나 노조는 국가로부터 법적인 보호도 기대할 수 없지만, 국가에 의한 노골적인 억압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노동자 또는 노조가 자신의 요구나 이익을 보호, 관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교섭력을 높일 수밖에 없고 (또한 이 방법이 허용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강고히 단결하고 전투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특징은 영국의 노동조합이 전통적으로 대단히 단결력이 강하고 전투적이지만, 그
단결력과 전투성이 산업이나 부문수준으로 확장되지 않고 대개 작업장 또는 사업체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국공영기업이 지배적인 일부 산업이나 부문(예, 철도, 체신, 통신, 교육, 보건복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이나 부문에서 단체교섭은 사업장이나 작업장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생략-

세 번째 특징은 앞에서 살펴본 노사자율주의(voluntarism)의 전통과 기업별 교섭체제 그리고 조합민주주의(union democracy)에서 기인한 것으로, 영국의 노동운동은 자본가에 대해서 적대적이며 새로운 기술도입 등에 따른 변화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고'(conservative),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나 피해가 가는 경제적인 이슈에 조합활동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직접 선거정치나 의회정치를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Labour party)을 별도로 조직하여 노동자와 노조를 위한 정치를 전담하게 만듦으로써 노조와 조합원들은 직장내 단체교섭에만 전념해 왔다. -생략-

2. 신노동조합주의의 도입과정과 특징
(도입과정 생략)


영국노총 위원장 존 몽크스(John Monks)는 사회적 파트너십을 "노조와 사용자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기업의 성과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 영국노총에서는 사회적 파트너십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영역에서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첫째, 노사 공동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창출할 수 있으며, 둘째, 종업원의 직업훈련과 교육을 개선하여 기업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것이고, 마지막으로, 거시경제수준에서의 사회적 파트너십은 영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논의과정에 노조로부터의 투입을 증가시키고 작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작업방식을 전기업으로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영국노총에서 1999년에 발간한 '진보를 위한 파트너십 - 작업장에서의 신노동조합주의'에서는 사회적 파트너십의 핵심요소를 여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기업경영목표를 노사가 공유하는 것. 둘째, 노사는 서로 다르지만 존중하고 대표되어져야할 이익과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 셋째, 고용의 탄력성 확보와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과 자격의 전이성(transferability)을 확보하는 것. 넷째, 파트너십은 종업원의 개인적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섯째, 파트너십제도는 진정한 대화를 포함한, 공개적이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협의(consultation)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파트너십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종업원에 대한 동기부여(motivation)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사실, 이러한 요소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파트너십이라면 노동당정부는 물론 영국경총(Confedreation of British Industry)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파트너십과 영국노총(와 IPA)의 그것이 갖는 차이점은 후자의 경우 파트너십의 실천과정에서 노조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보는 반면, 사용자와 그리고 어쩌면 노동당정부는 이것이 비노조 사업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즉, 노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본다는 점이다. - 생략 -

3. 신노동조합주의에 대한 평가

(1) 성과와 문제점

영국의 노조들이 신노동조합주의를 본격적으로 실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평가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과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신노동조합주의적 실천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노동조합주의가 영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지금까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개략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영국노조가 1998년 신노동조합주의를 본격적으로 실천한 이후 노동조합원의 감소(또는 조직률 하락) 추세가 중단되거나 약간 반전되었으며, 1999년 약 80개에 지나지 않던 '교섭주체로서의 노조인정협약'(union recognition agreements)이 2000년에는 그 두배인 159개(58,000명 혜택)가 체결되어 1995년 이래 작년까지 약 40만명에게 혜택을 주는 1,400개의 교섭주체로서의 노조인정협약(union recognition agreements)이 체결되었다. 또한, 영국노총(TUC)에 의하면, 교섭주체로서의 노조인정협약의 94%에서 노조가 단체교섭권(collective bargaining power for employees)과 더불어 임금 이외의 다른 이슈에 대한 노사협의권(consultation over wider issues)도 확보하였다. -생략-

실제로, 노조(지도부)가 국가나 자본가로부터 정당한 교섭파트너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일반조합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때 성행했던 양보교섭에서처럼 노조지도부가 사용자에게 협조하는 대가로 아무 것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략-

영국노조가 구상하고 있는 사회적 파트너십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 내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한계는 '사회적 파트너십'에서 '사회적 요소'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즉, 앞에서 설명했듯이, 노동조합은 아직도 국가(노동당정권)로부터 정당하고 책임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영향력도 미약한 편이다. 노동당정부에서 오히려 자본가들은 국가의 정책결정·심의기구에 참여시키고 있다. 다음, 사업장(또는 작업장)에서도 교섭주체로서의 노조인정 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제외한 다른 문제에 대해서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사례는 별로 없다.

(2) 요인

이 처럼, 사회적 파트너십이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파트너십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요소 또는 원칙간 모순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동조합이 기업의 목표나 성공에 적극 동의한다는 사회적 파트너십의 (어쩌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노조의 요구(예, 임금인상이나 정리해고)를 기업의 재정사정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를 살기 위해서는 또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임금억제나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할 경우 노조는 기업의 성공을 위한 노력에 협조한다고 했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의 상업적 성공을 저해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파트너십을 파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가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역할은 자본가에 의해 작성된 예산 (또는 경제적 능력) 범위 내에서 (각 항목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국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노조의 자율성은 크게 손상되고 조합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사용자와의 파트너십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노조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조합원의 지지를 확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할지 모른다. 문제는 사용자와의 파트너십을 존중하여 노조의 자율성을 계속 훼손하거나 조합원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그래서 조합원의 지지를 상실하게 될 경우 사용자에게도 노조의 효용가치는 없어진다는 데 있다. 사용자가 노조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노조가 조합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동안이기 때문이다.

다음,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전략에 노조가 참여하여 자본가와 협의, 공동결정할 수 있으려면 독자적인 전문지식과 경영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노동자가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의 단위사업장 노동자(또는 심지어는 노조간부)는 그렇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이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령 노조가 회사의 경영전략 수립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되더라도 사용자의 지식과 기술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결과는 방금 지적한 딜레마적 상황일 것이다.

그 다음, 노사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interest)를 인정하고 대표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의 경우, 그것을 구체화하는 제도적 장치(machinery for the effective and independent representation of the interests of the people who work in the organization)가 설치되겠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중요정책은 경영사정과 전반적인 경제사정(예, 인플레)을 고려하여 미리 결정되기 때문에, 그리고 노조가 단체행동에 호소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노동자나 노조의 이익을 전달하고 강제할 장치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문제로 작업장(또는 사업장)에서의 사회적 파트너십 협약은 법에 의해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신사협정이어서 자본가가 파기하더라도 (노조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의 이행을 강제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회적 파트너십과 관련된 문제의 요인으로 대부분 자본가들이 무노조를 선호하거나 노조에 대해서 비협조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부문의 사용자들에게서 이런 태도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영국자본가들의 이런 태도는 실용주의적인 자세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들은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거나 유리할 경우에는 노조와 협력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무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부 자본가들의 노조에 대해서 협조적인 태도는 노동당집권이라는 국내정치적 환경변화와 유럽연합가입에 따른 국제환경적 변화에 따른 실용주의적 계산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조가 사회적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것은 종국적으로는 노조의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때, '공세적인 조직력강화 전략(예, 파트타임 노동자, 계약직/임시직 노동자의 조직화)'과 자본가에 대한 협조(파트너십)의 원칙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4. 요약 및 결론

영국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신노동조합주의는 영국사회의 독특한 상황 속에서 노조가 존립근거를 찾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생략-

그런데, 1979년부터 1997년까지 20여년을 집권한 보수당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고 보수당정권의 정책으로 더욱 가속화된 영국의 산업구조변화와 사회적 변화는 자율주의적 노사관계제도 하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 신장해온 가장 중요한 수단인 파업과 피켓팅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감소로 인한 조직력약화를 초래하였다. 전통적 노동조합주의가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1997년에 노동당이 재집권하고 유럽연합의 사회헌장에도 가입함으로써 정치적인 조건은 유리해졌으나, 노동조합이 제대로 침투하지 못했거나 단체협상의 경험이 일천한 서비스업부문의 팽창, 비정규직이나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또는 인종적 다양성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내부구성의 다양화, 그리고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자본의 이동성 증가 등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여전히 불리하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정치적 여건이 보수당정권 때와 비교하면 나아졌다고 하나, 재집권한 노동당은 6-70년대의 노동당이 아니다. 지금의 노동당은 더 이상 노조만의 정치조직으로 기능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오히려 자본가계급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국노동조합의 최근 변화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비타협적인 투쟁에 입각한 단체협상이나 삼자주의에 입각한 정책참여 등의 전통적인 수단들이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는 존재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작업장수준에서의 파트너십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파트너십은 노조의 존재이유를 되찾기 위한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가 노동자와 자본가 그리고 시민사회에 대해서 그 존재이유를 재천명, 인정받기 위해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 파트너십은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생략-

그런데, 노조가 사회적 파트너십의 정신으로 조합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억제나 정리해고 등을 통한 노동비용의 삭감에 합의한다고 해서 반드시 영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자본가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 법적 강제나 노동자들로부터의 위력적인 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을 인식한 영국노조는 사회적 파트너십과 함께 조직강화에도 적극 나선 것이다. 영국노총의 신노동조합주의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코넬리(Connelly)가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은 다른 모든 일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과제"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자각 때문이다. -생략-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영국노조가 해야할 과제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영국노조와 적지 않은 측면에서 비슷한 우리의 노조운동에게 영국의 신노동조합주의 실험은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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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인하대학교 사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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