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마련한 주 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은 지난 9월 공개된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노사 의견을 절충한 타협안이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시기를 내년 7월부터 4단계를 거쳐 2010년까지로 정했다. 공익위안(2007년)보다 도입 완결시기를 늦춘 것으로 중소기업계 요구를 반영했다. 한시적이지만 초과근로시간 상한선을 현행 주당 12시간에서 주당 16시간으로 늘리고 초과근로시간 할증률을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기는 4시간분에 대해 25%(현행 50%)를 적용키로 한 것 역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임금보전을 법 부칙에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이행을 위해 행정지도를 하도록 한 것은 노동계의 정서를반영한 것이다.

정부고위관계자는 18일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마무리되는 즉시정부의 최종 입법 방침 및 도입방안을 조속히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지난 1년반 동안의 줄다리기끝에 대타협 일보직전에 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이같은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정부 입법을 추진하려면 노사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자적 입장인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가급적 손대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부안을 짜낸 흔적이 역력하다.

월차휴가 폐지와 생리휴가 무급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확대 등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국제적 기준을 따른 것이다. 정부가 노사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에 대해 단독입법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주 5일 근무제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과제로 대국민 약속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사정위는 지난 10월 중순이후 합의시한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무작정 합의를 기다리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노사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 현 정부 임기안에 반드시 첫삽을 뜨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입법이 늦춰질 경우 노동계가 ‘즉각 시행’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내년 춘투와 연계시켜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여 동안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이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어 조속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제기준에 맞지않는 휴일·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단축,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레저산업 등 내수를 진작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경제부처 입장도 정부입법 추진에 적지 않은 무게를 실어줬다.

향후 정부입법 추진 과정에서 노사 반발과 국회 처리과정에서 야당의 반응 등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 5일 근무제 논의에 불참해온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보호’ 와 ‘노동조건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 전면시행’ 을 내걸고 단계적 도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주5일근무제 도입 시기상조론을 주장해온 경영계도 주 5일 입법을 미루기 위한 대국회 로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의 경우내년 선거정국과 맞물려 주 5일 근무제 도입의 결실이 현 정부에 돌아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법안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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