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들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가 아직도 아시아 신흥국가들과 비교해 중간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이시 싱하이 얼라이언스캐피털 부사장은 14일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개최한 제1회 아시아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 참석, “아직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100% 믿기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이 오너의 이익에서 주주의 이익을 위하는 조직으로 확실히 변신하지 않으면 주가도 계속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하이 부사장은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줄어든 이후 한국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신뢰할 수 있으려면 지배구조 개선 속도가 다소 더디더라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은 그런 점에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존 리 스커더인베스트먼트 이사는 한국 정부가 법을 어긴 기업체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증권 감독당국은 에너지 기업인 엔론사가 파산한 시점부터 분식회계 관련자를 하나하나 찾아내 책임을 묻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대우그룹의 경우처럼 제대로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내년에 있을 양대 선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다. 싱하이 부사장은 “한국의 정당들은 경제정책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야당이 집권할 경우, 지금보다 보수적인 경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존 리 이사도 “현재의 주가 상승은 97년 IMF쇼크 이후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결과”라며 “큰 폭의 정책 변화만 없다면 경기 상승 추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창설을 기념해 이날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는 미국의 토머스 헬러(스탠퍼드대), 에스펜 엑보(다트마우스대) 교수와 국내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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