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12일로 꼭 5년이 됐다.

1996년 가입 직후 우리 경제는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IMF 위기라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이를 극복, 국내총생산(GDP)이 이젠 당시 수준의 1.3배로 회복됐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삶의 질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전히 갖가지 제도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과제 를 안고 있다.

■ 평가 = LG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행된 주간 보고서에서 △ 경제구조의 고소득·저성장 패턴 전환 △ 대외 거래의 건전성 강화 △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을 독일 프랑스 수준으로 향상 △ 정보화 분야의 정상급 성장 등을 가입 5년 동안의 성과로 꼽았다. 반면 GDP의 비제조업 비중이 60%로 5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제의 서비스화 수준은 여전히 낙후된 것으로 평가했다.

또 OECD 가입은 정책 운영에서도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한국 정부가 OECD를 통해 금융감독제도, 국채시장의 발전 방안 등을 접해 금융개혁이 가능해졌으며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국제 지지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3일부터 열리는 한·OECD 특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랜덜 존슨 OECD 경제총국 한국 담당관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등 거시정책의 과감한 변화, 재벌기업 경영관행 개선과 금융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이 OECD 가입에 따른 성과라고 분석했다.

■ 과제 = 하지만 우리 경제는 가입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우선 삶의 질에 관한 문제다. LG경제연구원은 양적인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양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하며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존슨 OECD 한국 담당관은 시장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 시스템의 구축을 지적하며 그 예로 정부의 민간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해소 등을 들었다. 부실은행의 처리도 중요한 이슈이며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 정책과 관련, 캐롤라인 애킨슨 전 미 재무성 고문은 OECD 세미나 자료를 통해 부“정의 정책은 특정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국가 경제를 보호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정부의 신중한 개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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