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SK등 대기업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집회와 시위에관한 법률안(집시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바짝 긴장하고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집시법 개정안은 기존에 외국 대사관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의 사방 100m 이내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던 것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각종 시위와 집회에서 해당기업 사옥에 입주해 있는 대사관들의 직접적인 항의가 없을 경우 시위나 집회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대기업 건물 앞의 시위 및 집회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기업사옥 앞의 시위나 집회 등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신들의 건물에 저렴한 임대 조건으로 외국 대사관을 입주시키고 있는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곤혹스러워 하며 일부기업은 집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로비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명예퇴직한 해고자들이 거의 1년 내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집시법 개정으로 더욱 곤경에 처할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민·노동단체의 집회, 시위 단골장소로 애용됐던 서울도심의 주요 공간은 ‘외국공관 주변 시위금지’ 라는 이 집시법규정에 묶여 시위등이 원천봉쇄 됐다. 이에 대해 일부 대기업들이 외국공관을 건물에 입주시켜 집회와 시위를 교묘하게 막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뒤편에 있는 현대상선의경우 지난해 주한 파나마 대사관을 입주시킨 바 있고 태평로 삼성생명의 경우 엘살바도르 대사관이, SK는 파라과이 대사관, 교보생명은 뉴질랜드 대사관, 한화는 그리스 대사관 등이 상주해있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대사관 유치에 따라 현재 서울 세종로·태평로·남대문 일대와 종로1가 및 청계천로 등 주요 도심에서는 적어도 ‘법적 시위와 집회’ 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과 경실련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현행 규정은 평화적 집회조차 불허하는 등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5월 서울 행정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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