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퇴직 간부 3명을 동시에 외국계 투자은행 고문으로 취직시키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 배정 권한을 내세웠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전직 한국은행 부장 3명을 메릴린치(미국계)·ABN 암로(유럽계)·노무라(일본) 등 3개 투자은행 한국지점의 고문으로 취직시켰다.

그러나 한 금융계 소식통은 “한국은행이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이들의 취직 제안을 먼저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한은이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를 인수하면서 투자은행에 매매계약을 위탁하고 있어 이들 투자은행들의 약정수수료만 수십만달러에 달한다”면서 “외국계 투자은행들로서는 한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할 경우, 미국국채 매매 약정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1016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관리 책임을 맡고 있으며, 외환보유고 중 879억달러로 해외 채권(국채)을 사들인 상태다. 한은은 해외 국채를 매매할 때 외국계 투자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한은은 “이들 3명이 정기 인사 때 임원 진급에서 탈락, 보직 대기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외국계 투자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투자은행에 인사 청탁 압력은 절대로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계 투자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불황으로 본사에서 수천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마당에 업무 영역도 정해지지 않은 한국은행 퇴직간부를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주면서 받아들인 데는 그만한 고충이 있었다”며, 직간접적인 압력을 느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이들 3개 투자은행 외에도 골드만 삭스·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 다른 투자은행에도 퇴직 직원을 받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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