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

20일 ㈜우방 추가지원안이 한빛, 국민, 평화, 경남은행 등 4개 은행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지켜본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의 놀라움 어린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21일 “회의소집 전날 서울은행이 파악한 결과 한빛, 국민, 평화은행 등은 반대표를 던질 줄 알았으나 경남은행의 경우는 이순목 우방회장이 자신이 접촉해본 결과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호언하는 바람에 경남은행이 반대표를 던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앞으로 다른 워크아웃기업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은행들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한빛, 평화, 경남은행은 추가부실이 발생할 경우 오는 9월말 정부의 경영평가 때 강제적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따라서 이들 은행은 앞으로 다른 워크아웃기업 처리때에도 추가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또 정부가 최대주주인 한빛은행이 반대표를 던진 대목과 관련, 한빛은행의 저항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워크아웃기업 숫자가 가장 많은 한빛은행은 정부의 강도높은 부실 워크아웃 조기퇴출 방침에 내심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방에 반대표를 던진 이면에는 시장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앞으로 정부가 워크아웃기업 문제를 보다 신중히 처리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20일 ㈜대우를 3개법인으로 분할하려던 대우채권단회의가 자산관리공사의반대로 부결된 대목도 향후 전개될 제2차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파장을 감지케할 주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다른 곳도 아닌 자산관리공사가 대우문제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지금까지 정부투자기관들은 당연히 정부지시에 따르는 게 관행이었으나 이제는 각 기관장들이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실감하게 됐다”고 놀라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금융기관 및 정부투자기관의 대응은 그러나 이미 오래전 예견됐던 사태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말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정부가 강도 높은 제2차 기업·금융구조조정 드라이브를 선언한 만큼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아직 부재한 상태라는 점”이라며“정부는 하루바삐 제2차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 액수를 충분한 규모로 계산한 뒤 정기국회 이전이라도 공적자금 조성을 서둘러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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